김성근 감독과 쌍방울-현대의 매각
OSEN 기자
발행 2007.01.18 14: 49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인 김성근 감독은 전주구장 감독실에 쌍방울의 경기 일정이 모두 적혀진 큰 도면을 걸어 놓고, 그 일정 칸칸 밑에 들어갈 쌍방울 투수와 상대 투수를 머리에 그려놓고 승패를 계산한다. 그런 그도 한계 상황에 달한 구단의 선수단 지원에는 '프로야구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 주전은 팔고 보충은 안 되니 계산이 안 나온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난 1999년 IMF 사태를 맞아 모기업의 부도로 운영 자금이 끊긴 상황에서 김성근 당시 쌍방울 감독의 심경을 묘사한 모 월간지 기사다. '돈이 없어' 이선덕 2군 감독까지 스카우트로 발령을 낼 만큼 처참했던 쌍방울은 마치 장기(臟器)를 팔듯 선수를 팔아 생계를 꾸려갔다.
그 사례로 '재벌구단'인 삼성에 간판타자 김기태와 20승 투수 김현욱을 팔아 20억 원을 조달했다. 이에 앞서 주전포수 박경완도 9억 원에 현대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객관적 전력이 최약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간에 치열한 경쟁 심리를 부추겨 이를 극복하고 있다. 가난한 살림에서는 서로 마음이라도 맞아야 버틸 수 있다"라고 나름의 처방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8년 후.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급선무. 이를 위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된 연습 일정을 거치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요즘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품에 안으려고만 하는 할아버지 일색. 엄한 매를 든 아버지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야구? 죽을 각오만 돼 있다면 다른 건 필요없다"던 야구 지론은 변치 않은 것 같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그가 새로 취임한 SK 와이번스는 직간접적으로 태평양-쌍방울에 연원을 두고 있으나 SK라는 한국 굴지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감독 김성근'을 그토록 옭아맸던 '돈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실제 올 겨울 SK는 용병 영입 전쟁에서 삼성도 눈독들였던 케니 레이번을 데려왔다. 삼성이 '돈 싸움'에서 진 것이다.
또 현대는 어떠한가. 농협으로의 인수가 확정적이고, 만에 하나 어그러지면 팀이 '공중분해'될지도 모르는 긴급 상황에 처했다. 한때 '야구계의 공룡'으로 취급받던 현대가 이제는 그 간판조차 유지하기 힘든 처지로 몰렸다. 채 8년이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뒤집어진 이 '새옹지마' 세상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야구에 미쳐서 산다"는 감독 김성근의 야구 열정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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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입단식서 그동안 사령탑을 역임한 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커리커처 액자를 들고 있는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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