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이하 농협)가 현대 유니콘스 인수 작업을 전격 보류한다고 선언했다. 농협은 18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와 관련하여 각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여 별도의 내부 방침을 정할 때까지 인수 추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단 인수 검토배경 및 기대효과’를 설명하며 가칭 ‘농촌사랑야구단’으로 구단명을 정하는 등 현대 야구단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농협이 수 시간 후 ‘인수 보류’로 선회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농민단체, 노조, 농림부 등의 반대로 보여진다. 따라서 각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농협과 하이닉스의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와 농림부의 반대보다는 인수가를 놓고 양측이 막판 타결을 짓지 못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현대 구단 직원들의 퇴직금(13억 원)과 야구단이 상호신용금고에서 빌린 돈(19억 원)을 인수하는 농협이 부담토록 요구하면서 일이 꼬였다. 농협에서는 퇴직금은 당연히 하이닉스가 줘야 하고 채무도 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법적으로도 인수 기업에서는 인수당하는 쪽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주에 농협과 일단 매각 대금으로 80억 원에 합의했으나 주위에서 헐값이라는 평가와 함께 채무 등 변수가 발생하자 농협 쪽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이닉스가 ‘휴지 조각’에 불과했던 현대 야구단 주식이 농협이 매수자로 나타나 80억 원을 준다고 하자 반갑게 합의를 봤으나 매각대금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직원 퇴직금과 채무까지도 농협쪽에 떠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농협은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감과 하이닉스의 추가 요구에 인수 보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협상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이닉스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아 협상이 불발되면 현대 야구단은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게 된다. 또 지난 7년간 야구단에 한 푼 지원없이 매년 2억 원 이상씩 원당구장 관리비를 챙겨갔던 하이닉스는 야구단이 분해되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하이닉스는 협상 소외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현대 구단 직원들은 물론 야구계로부터도 집중 성토를 당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하이닉스가 매각 대금을 올리려는 추가 욕심을 버리고 농협과의 주식양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진지하게 임해야 현대 야구단 매각이 타결될 전망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