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야구계, '남의 일이 아니다'
OSEN 기자
발행 2007.01.19 11: 06

야구계에 비상이 걸렸다. 식어가는 야구 열기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농협의 현대 유니콘스 인수가 전격 보류되면서 ‘정말 7구단 체제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가 자금난으로 공중 분해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으로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돼온 프로야구의 뿌리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 사태는 비단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7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면 야구 열기가 떨어지게 되고 다른 구단들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농협의 현대 인수 보류 사태에는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감, 13억 원의 퇴직금 처리 문제 등이 표면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야구계의 미지근한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는 후문이다.
농협측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현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서울 구단 등 타 구단들의 견제와 균형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도시연고제, 전면드래프트) 등에 대해 확실한 지지 반응이 나오지 않은 것에 못내 섭섭해 했다고 한다.
농협 쪽과 접촉해온 KBO 관계자는 “야구인들은 물론 야구계 전체가 두 손을 들어 환영을 해줘도 될까말까 한 상황에서 일부 견제 등 미지근한 반응에 농협 관계자들이 섭섭해했다”며 협상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야구계의 미지근한 환영은 인수 보류에 대한 농협측의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참에 야구판을 키우고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야구계 전체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야구계도 반성을 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비단 농협의 현대 인수 보류 사태와는 상관없이 선결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시급한 처지인 것이다.
현재와 같은 난제들(만성 적자, 연고지 및 드래프트, FA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2의 야구 발전을 꾀하기는 힘들다. 제2의 쌍방울, 현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야구계 전체가 발벗고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의식있는 야구인들은 “야구단이 해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해서 야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며 현재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야구단과 야구인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하나둘씩 문을 닫는 구단들이 생겨난다면 살아남은 구단들도 존재의 이유가 없어질 수 있는 위기다. 야구가 발전해야 야구단도 있고 야구인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야구계 전체가 힘을 모으면 극복 못할 일도 아니다. ‘나만 생각하는’ 구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체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승적으로 임한다면 분명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그래야만 8구단 체제를 넘어 9, 10구단 창단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프로야구는 창설 후 25년을 국내 모든 스포츠 중 최고 인기 종목으로 버텨온 저력이 있지 않은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제2의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KBO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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