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타, '망가지는 연기도 배워라'
OSEN 기자
발행 2007.01.20 08: 47

[여기자 수첩]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산다. 달리 말하면 천의 얼굴로 천 가지의 인생을 보여주는 직업이 바로 배우다. 물론 천 가지의 인생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읽혀졌다면 그 인생은 비록 연기일지라도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바로 배우가 가진 힘이고 무기다.
그러나 배우들 중에는 자신들이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부적격자들이 많다. 실력 발휘를 할라치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같은 기본조차 소화하지 못해 욕먹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멋있게 보일까만 생각하는 ‘개념상실’ 연기자들이 이런 부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김아중은 돋보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004년 영화 ‘어깨동무’로 데뷔한 김아중의 연기 경험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최근 출연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은 자신을 과감히 내던지는 프로근성을 보였다. 95kg의 뚱녀로 변신하기 위해 라텍스 특수 분장으로 S라인의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감추고 완전 딴 사람으로 변신했다. 처음 분장을 마쳤을 때 곁에 있었던 모든 스태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여자 스태프들은 김아중의 망가진 모습에 안타까워 눈물까지 보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아중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근성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영화는 5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김아중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김아중은 섭외 0순위 배우로 떠올랐고, 김아중에 대한 그 많던 안티 팬들은 미움을 거둬들이고 있는 중이다.
흔히 ‘망가진다’고 하는 배우나 연기자들은 이미지나 겉모습보다는 작품과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망가지는 것’이 대세거나 유행이기 때문에 얄팍한 마음으로 흐름에 편승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서 수준 높은 관객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은 없다. 관객과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배우가 진심으로 망가지겠다고 마음먹은 작품과 역할에는 배우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최근 들어 뒤늦게 인기몰이를 시작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배우들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고 작품에 열정을 쏟은 덕분이고, 그 열정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의 얼굴로, 천의 인생을 사는 것이 매력이라는 배우들이 늘 똑같은 역할만 맡는다면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그 말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한 번쯤 제대로 망가져 보는 것도 연기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OSEN=박미애 기자oriald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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