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를 막론해 '마이더스의 손'으로 정평이 난 김성근(65) SK 감독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고지현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김 감독은 전훈 초반에는 선수들의 컨디션만 체크했을 뿐 지도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김 감독이 마침내 움직이며 지난 19일부터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시작한 것이다. 대상은 전공 분야인 투수는 물론 타자들까지 각각의 보완해야 할 점들을 지적해주며 기량 향상의 길잡이로 나섰다.
대상은 '제2의 괴물신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고졸 좌완 신인투수 김광현을 비롯해 군복무 후 복귀한 강혁, '소년 장사' 최정, 좌완 투수 김영수, 내야수 정근우, 외야수 박재상 등으로 김 감독은 부지런히 운동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SK 구단 홍보팀에 따르면 김 감독은 먼저 불펜피칭을 하고 있던 김광현을 유심히 곁에서 본 후“광현아, 릴리스 포인트를 좀 더 끌고 나와봐라”고 한 마디 건넸다. 이전까지 김광현은 지켜보던 김 감독이 부담스러웠는지 긴장해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는데 단 한 마디에 놀랄 만큼 완벽한 제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직구뿐만 아니라 슬라이더와 싱커까지 자유자재로 제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훈련 후 김광현은 “릴리스 포인트만 살짝 끌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정말 제구가 잘 되더라”며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후 발걸음을 타자 연습장쪽으로 옮긴 김 감독은 최 정의 타격을 지켜본 후“하체를 좀 더 써야지. 그래야 힘이 들어가는 거야”며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최 정에게 하체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이후 김 감독과 티배팅을 몇 차례 하며 가르침을 따라 한 최정은 이내 타석에 들어서서 홈런 타구를 양산해 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선수들까지 “최정, 최고다!”라고 외칠 정도였다고.
김 감독은 이어 강 혁과 정근우, 박재상 등을 붙잡고 같은 내용(하체 이용)을 지도했고,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김 감독이 가르친 내용을 잊지 않으려 특타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베테랑 감독인 김 감독의 족집게 원포인트 레슨은 이미 한국 최고의 투수와 타자인 빅리거 박찬호(34)와 요미우리 간판스타 이승엽(31)의 지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부상으로 부진할 때 김 감독의 원포인트 지도를 받은 박찬호는 얼마 전 김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고 롯데 마린스 시절 2년간 타격 지도를 받았던 이승엽은 SK 캠프에 합류에 다시 한 번 점검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모친상으로 취소하는 등 지금도 수시로 김 감독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투타에 걸쳐 '원포인트 레슨'에 나선 김 감독이 SK 전력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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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장사'로 기대주인 최정을 지도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