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윤 회장-KBO, ‘현대 살리기’ 합동 작전 태세
OSEN 기자
발행 2007.01.20 14: 13

매각 실패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현대 유니콘스에 정몽윤(52)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 ‘흑기사’로 떠오르고 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창단 때부터, 특히 하이닉스 반도체가 대주주가 된 뒤 지원금을 주지 않고 방치하던 7년 전부터 야구단에 깊은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던 정 회장은 지난 19일 농협이 현대 야구단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현대 살리기’에 나설 뜻이 있음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뒤숭숭한 상태에서 미국 전지훈련길에 나서는 김시진 감독에게 “동요하지 말라”며 전화로 격려하는 한편 다급해진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도 “고생하는 KBO를 도와주겠다”며 야구단 살리기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야구에 애정이 깊은 정 회장이 ‘현대 야구단 살리기’에 나설 뜻을 밝힘에 따라 현대 야구단과 KBO는 일단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다. 정 회장이 형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형수인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 정주영 선대 회장의 손길이 깃든 야구단 살리기에 동참을 이끌어내면 현대가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현대 유니콘스’는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 그룹은 야구단 주식은 14%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선친의 위업을 계승하는 장자로서 현대 유니콘스 1년 운영비의 절반 가량인 80억 원을 지원해왔다. 또 2년 전부터 지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야구단 구단주였던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야구단에 연간 40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야구단을 관리해온 정몽윤 회장이 40억 원 가량을 지원하면서 현대 유니콘스는 살림을 꾸려왔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 야구단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정몽구 회장, 현정은 회장, 정몽윤 회장 등 현대가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나서줘야 한다.
그동안 지원체제 유지에 힘을 쏟았던 정몽윤 회장이 더 이상 체제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해 KBO에 구단 매각을 의뢰했으나 농협과 하이닉스가 협상 실패로 끝나면서 현대 야구단을 비롯해 현대가는 자존심에 상처만 입었다. 현대가의 명예에 흡집이 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몽윤 회장은 ‘야구단 살리기’에 해결사로 나설 뜻을 비치며 다른 형제그룹들의 도움을 다시 요청할 태세인 것이다. 정몽윤 회장이 ‘흑기사’로 나설 뜻을 보이자 KBO도 적극 측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19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께 야구단 지원을 적극 호소하겠다”고 밝히면서 하이닉스에도 야구단 대주주에 걸맞는 지원을 촉구키로 했다. KBO는 하이닉스 측에 현대가에 주식을 넘기거나 야구단 운영비 지원을 요청할 전망이다.
KBO는 22일에는 현대 야구단의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이사간담회를 개최, 현대 유니콘스 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현대 유니콘스 연고지 및 전면 드래프트 문제, 현대 지원 방법 등을 논의하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 유니콘스 살리기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윤 회장과 KBO가 ‘현대 유니콘스 살리기’를 위해 합동 작전을 펼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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