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코리언 빅리거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명문 구단에서 하나둘 밀려나더니 이제는 메이저리그 입지 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올해 스프링캠프서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는 한국 선수는 모두 8명. LA 에인절스에 갓 입단한 정영일과 부상으로 신음한 최희섭(탬파베이)을 제외하면 지난해 최소 한 차례씩 빅리그 무대에 섰다.
우선 박찬호의 경우 소속팀을 구하는 게 급선무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졌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지난 20일(한국시간) 데이빗 웰스와 1년 30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갈 곳이 하나 더 없어졌다. 박찬호는 현재 서부지구 일부 구단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은 그다지 밝지 않다. 각 구단의 전력 보강이 끝나감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붙박이 선발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일부 구단으로부터 마무리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빅리그 경력 내내 선발투수로만 활약한 그가 풀타임 불펜투수로 탈바꿈할지는 미지수다. 어떤 구단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든 스프링캠프서 치열한 자리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병현(콜로라도) 역시 입지가 탄탄한 건 아니다. 콜로라도가 우완 로드리고 로페스를 영입하면서 선발 경쟁이 한결 치열해졌다. 붙박이 선발인 애런 쿡, 제프 프란시스를 제외할 경우 로페스, 제이슨 허시, 조시 포그, 테일러 부숄츠 등과 함께 나머지 3자리를 놓고 싸워야 할 판이다. 로페스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찬다면 2자리를 놓고 4명이 진땀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트레이드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래저래 스프링캠프가 중요하게 됐다.
트롯 닉슨의 영입으로 졸지에 자리를 잃은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스프링캠프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한다. 벌써부터 마이너리그 강등설이 나돌고 있는 만큼 최대한 기량을 발휘해 구단 수뇌진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스프링캠프서 최선을 다한 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시즌 후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백차승(시애틀) 역시 제이크 우즈 등과 함께 5선발 경쟁이 불가피하다. 시애틀이 시즌 개막전까지 또 다른 선발투수 영입을 모색할 수도 있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올 시즌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탬파베이에 새 둥지를 튼 최희섭도 스프링캠프가 예사롭지 않다. 탬파베이 지명타자와 1루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시범경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지난해 후반 시카고 컵스에서 깜짝 등판한 유제국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새 출발하게 된 김선우 역시 스프링캠프 관문을 뚫는 게 급선무다.
상대적으로 서재응의 입지는 탄탄하다. 탬파베이 로테이션의 한 축을 이미 맡은 가운데 시즌을 3선발로 출발할 공산이 크다. 부실한 팀타선과 허약한 불펜진이 문제이지만 꾸준히 등판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여 한결 여유가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로 여겨진다. 코리언빅리거들에게 올해 스프링캠프는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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