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한국야구 삼키는 '블랙홀' 되나
OSEN 기자
발행 2007.01.22 09: 52

현대 사태가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 불발로 야구계 전체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현대 문제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82년 출범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토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야구단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한국의 프로야구단은 기반이 약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다. 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계열사 지원에 기대고 있다. 적게는 150억 원 많게는 200억 원을 웃도는 예산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단은 그룹의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간 200억 원씩 투입하고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가. 더욱이 야구가 예전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한 구단의 관중에 불과한 300만 명에 그치는 야구에 8개 구단은 매년 2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 사태로 인해 '야구단은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까 우려된다.
▲한국야구 토대 붕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현대가 공중분해되면 프로야구판은 지난 90년 쌍방울이 창단 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그때는 프로야구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지금은 유소년 야구를 비롯해 한국 프로야구의 토대가 빈약하기 그지 없다. 현대 붕괴는 한국야구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령 현대가 살아남아도 현대 문제로 인해 프로야구의 초라한 현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한창 인기있을 때라면 서로 야구단을 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관중은 찾지 않고 선수 공급은 원활하지 않다. 누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려고 나설 수 있 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비싼 선수 연봉
선수들의 연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는 현대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V4 덕택에 높은 수준의 연봉을 유지했다. 8개팀 가운데 항상 상위권에 포진했다. 더욱이 구단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모그룹의 지원에 기대는 데다 수입이 초라한 현실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게 한국 프로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다. 특히 FA 제도의 도입과 함께 구단의 인건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7억 5000만 원의 최고 연봉이 나온 것도 FA 제도 때문이었다. 각 구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설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선수협회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연고지와 드래프트
4번이나 한국시리즈서 우승했음에도 현대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인기가 없는 구단이다. 이처럼 인기를 누리지 못한 이유는 연고지 때문이다. 현대는 인천을 포기하고 서울 연고권을 획득했지만 남의 집 곁방인 수원에 눌러사는 처지다. 연고권이 없는 만큼 5년째 드래프트에서 신인을 뽑지 못했다. 이렇듯 정체성이 모호한 팀에 누가 응원을 보낼 수 있겠는가.
KBO는 이번 현대사태를 계기로 연고지와 드래프트 문제를 일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KBO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면드래프트를 성사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해결이 안되면 새로운 야구단의 입성이 사실상 어렵다.
sunny@osen.co.kr
22일 오전 열린 KBO 긴급 이사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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