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코미디 학원물, 왜 흥행 못할까?
OSEN 기자
발행 2007.01.22 10: 37

흥행이 될만한 요소만을 골라넣은 독특한 영화 장르가 있다. 이른바 학원 섹시 코미디물이다.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교사 한 두명이 벌이는 에로틱 코미디 영화를 통칭한다. '몽정기' 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이후 이같은 부류의 작품들이 해마다 몇편씩 개봉하지만 그 흥행 성적은 신통찮다. 왜 그럴까.
'다세포 소녀'와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2006년의 대표적인 학원 섹시 코미디다.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세포 소녀'는 김옥빈 박진우 이켠 등의 신예들이 출연해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했다. 온갖 변태와 일본식 SM으로 가득찬 원작 만화의 선정성 때문에 영화 제작 발표 당시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다.
이재용 감독의 이 영화는 쾌락으로 물든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스승과의 원조교제는 기본이고, 학생들 사이에 성병이 감기처럼 돌고 있는 곳이 극중 무대다. 내용상으로 볼 때는 포르노성 에로 영화가 연상되지만 15세 관람가 영화의 한계는 분명했다. 섹시 코미디를 표명했음에도 성인에게는 에로틱하지 않고, 하이틴에게는 공감을 주지 못한 '다세포소녀'에 양쪽 모두가 등을 돌렸다.
전국 관객 56만명. 이원종 이재용 임예진 김수미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들이 다수 조연으로 합류하는 등 평균 제작비 이상을 쏟아부은 기대작이었으나 성과는 이에 못미쳤다.
김사랑의 S라인을 강조한 '누가 그녀와 잤을까'도 성적 화두를 이슈로 들고 나왔다. 늘씬한 미모의 교생과 교내 섹스를 벌인 고교생이 누구일지를 묻는 게 제목 내용이다. 럭셔리 미션스쿨 실라오고를 무대로 해 박준규 하석진 하동훈 등이 한창 성욕에 들뜬 고교생 역할을 맡았다.
포장은 성적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그러나 김사랑의 매력은 영화 내내 섹시를 주제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어가기에 2% 모잘랐다. 억지 웃음을 강조하는 설정에다 역시 15세 관람가의 한계까지 더해져 전국 관객 동원은 43만명에서 멈췄다.
이에 비해 봉태규 하석진 김태현의 정통 학원 코미디 '방과후 옥상'은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국 9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성인과 청소년,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섹시 컨셉을 추가하는 대신에 학원 안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에 전념한 덕분이다.
같은 장르지만 안재모 윤은혜 주연의 '카리스마 탈출기'는 2006년 최악의 영화 가운데 한편으로 꼽히며 고작 10만명 관객으로 참패했다. 10대를 타겟으로 하는 학원 코미디라도 탄탄한 시나리오 없이 절대 성공할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잇단 참패에도 불구하고 새해 또 한편의 학원 섹시 코미디가 찾아온다. 임성언 곽지민 주연의 '소녀X소녀'다. '18세 소녀들의 은밀한 레슨이 시작된다'는 유혹적인 카피를 포스터에 걸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다. 관객 대상을 넓히려는 욕심으로 학원물에 섹시 이미지부터 추가하는 마케팅 기법이 이번에는 과연 통할지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