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가벼운 케이블방송들이 편성의 유연성을 십분 살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또는 인물 내지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재빨리 관련 프로그램을 입수, 편성하는 방식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연관 편성’ 정도 되겠다.
최근 영화전문 채널 OCN은 일본판 ‘하얀거탑’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일본 후지TV 창사 45주년 특집으로 2003년 리메이크 된 ‘하얀거탑’을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2회 연속 편성해 지난 1월 21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김명민 이선균 이정길 김창완 주연하고 MBC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한국판 ‘하얀거탑’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원판을 편성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드라마 전문 케이블채널 드라맥스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재방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자 원본격인 시트콤을 긴급 편성했다. 드라맥스는 오는 2월 5일 방송을 시작으로 월~목요일 밤 9시부터 2회 연속 시트콤을 내보낸다.
이런 식의 편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원작과 리메이크’라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전제가 된다. ‘하얀거탑’도 그렇고 ‘올드미스 다이어리’도 그렇고 원판과 리메이크라는 연관성을 갖고 있다. 꼭 리메이크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 사건이나 인물을 놓고 해석을 다르게 한 작품이라면 ‘연관 편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황진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작품은 여럿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가 아니라도 비교 감상이 된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판권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혹시 갖고 있지 않았다면 재빨리 협상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하얀거탑’을 내보내고 있는 온미디어는 마침 판권을 확보하고 있었던 경우다. ‘하얀거탑’ 2003년 판을 디지털케이블채널 ‘스토리온’ 방송용으로 온미디어에서 갖고 있었다. 온미디어 홍보담당자는 “한국판 ‘하얀거탑’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방영 요구가 많았다. 프라임타임 때 맞편성해 경쟁을 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의 요구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경쟁 시간대가 아닌)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택했다”고 밝혔다.
케이블방송은 이런 전략으로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효과를 챙길 수 있다. 시청자 처지에서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일이다. 리메이크판을 방송하고 있는 방송사 처지에서도 나쁠 게 없다. 관심을 제고시켜 주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리메이크 붐이 강하게 일고 있는 현실에서 케이블 채널의 ‘연관 편성’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100c@osen.co.kr
일본판 ‘하얀거탑’(위)과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