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복잡한 현대, '제2의 쌍방울' 되나
OSEN 기자
발행 2007.01.23 09: 36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그저 바람들뿐이다.
농협의 현대 인수 추진과 포기로 얼룩진 현대 유니콘스 사태가 방향타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급변, 이해 당사자들인 현대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 심지어 대주주인 하이닉스 반도체 등까지도 현황 파악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협의 포기 선언 이후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 야구단 회생에 관심을 갖고 나설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지난 22일 KBO와 8개 구단 사장단이 긴급 이사간담회를 갖고 ‘올 시즌은 8개 구단으로 운용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범 현대가(家)가 야구단 지원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미국의 한인계 부동산 기업이 KBO에 현대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해 와 새로운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 수도 있음을 엿보게 했다. KBO와 7개 구단이 이사회에서 정몽윤 회장을 ‘최후의 카드’로 여기고 방향을 잡은 뒤 하루도 가기 전에 새로운 변수가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로 야구단 지원은 없고 매각에만 신경쓰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는 ‘외국계 기업이든, 현대가이든 상관없이 야구단을 팔겠다’고 나서고 있다. 값만 잘 쳐주면 어떤 기업에도 야구단을 팔 수 있다는 태도인 것이다.
▲‘흑기사’ 정몽윤 회장을 포기하게 할 것인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면 현대 야구단과 KBO로선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 정몽윤 회장이 야구단에 손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일이다. 야구를 사랑하고 현대 야구단에 후원자로서 ‘지킴이’ 노릇을 해왔던 정 회장도 ‘하이닉스가 장사하려고 들고 KBO와 7개 구단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야구단을 지탱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 회장으로선 야구계가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야구단에 자기 돈 쏟아붓고 형제 그룹들을 설득해서 유지하기가 여간 벅찬 일이 아닌 것이다. 새로운 인수 후보 기업이 나온 상황에서 정 회장이 현대 야구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로운 인수 가능 기업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상황의 진전 없이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정 회장마저도 현대 야구단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외국 기업이 야구단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새로 거론된 인수 후보기업은 재정의 안정성 여부가 확실치 않은 데다 기존 7개 구단이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야구단 주인이 되기까지는 험난해 보인다. 야구단의 새 주인이 되려면 다른 구단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KBO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구단주 총회에서 ⅔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구단주 총회는 KBO 총재를 포함해 9명이나 현대가 제외되므로 8명이 되고 이 중 6명 이상이 새 주인을 인정해야 최종 승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거부감이 있는 외국 기업이 야구단의 새 주인이 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O 고위 관계자도 "외국계 기업은 고려치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정서상 받아들이겠는가"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결국 정몽윤 회장을 비롯한 현대가가 관심을 끊고 7개 구단이 외국 기업의 진입을 반대하게 되면 현대 야구단은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발상의 전환으로 외국 기업이 야구단을 맡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구단들이 나서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제2의 쌍방울로 가나
그 와중에 야구단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소속 스타들을 내다 팔아 운영비를 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전에 쌍방울이 선수들을 팔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체 운영비가 떨어지고 새 인수자를 구하지 못하면 KBO의 관리 구단으로 전락한 뒤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KBO 규약에 따르면 특정 구단이 자체 사정에 따라 선수단을 관리할 수 없게 되면 모든 권리를 상실하고 KBO가 해당 구단을 관리한다.
KBO는 긴급 자금을 풀어 선수단 급료와 운영 자금을 지원한다. 이 기간은 30일로 제한되고 그 동안 새 구단 인수자를 구해야 한다. 새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선수단과 직원들의 계약을 해지한다.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로 풀어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한다. 팀 해체 절차를 밟는 것이다.
예전 쌍방울이 이 과정을 거쳐서 해체한 뒤 SK에 넘겨졌다. 선수들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을 때 7개 구단이 선수를 잡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SK가 선수단을 고스란히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례가 있다.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유니콘스가 제2의 쌍방울이 될 수도 있는 시점이다. 현대 야구단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고 지혜롭게 난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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