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맹맹이 현영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앞 뒤 안가리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의 계산되지 않은 말들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다. 처음 방송 출연 당시에는 시청자를 거북스럽게 만들더니 그를 호감 연예인으로 바꾸는 비밀 병기가 됐다. "원래 제 목소리가 이래요"로 히트를 쳤다.
그렇게 솔직 담백한 모습을 무기 삼아서 현영은 스타급으로 올라섰다. 지상파 쇼프로 출연이 잦아졌고 스크린에서도 여기 저기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약방의 감초마냥 조연으로 인기를 모았고 급기야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이동욱과 함께 출연한 좌충우돌 코미디 '최강 로맨스'다. 그런데 이 영화, 진짜 아무런 생각없이 좌충우돌이다.
'싸가지 열혈 형사(이동욱)와 형사 잡는 엉뚱 여기자(현영)의 초강력 대결'이 영화사측이 주장하는 기본 구도다. 문제는 한치 틀림없이 그 기본 구도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영화를 이끄는 힘은 두 주연 배우에게 모두 의지할수밖에.
현영은 기존 출연 영화들에서 산뜻한 자기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뱉는 쌍욕에서 푼수짓까지, 주연을 더 돋보이게 하고 영화 진행에 웃음 코드를 더하는 연기로 인정을 받았다. 싫다는 조한선을 죽어라 따라다니는 스토커('연리지')였고, 단짝 친구 손예진에게 술 취해 전화로 남자와 하룻밤 즐기기 좋은 여관 위치를 물어보는 대담녀('작업의 정석')였다.
지난 연말 개봉한 '조폭 마누라3'에서는 당당하게 주연급 조연으로 성장했다. 연변서 건너온 통역 아가씨로 나온 그는 홍콩의 인기배우 서기, 연기파 이범수 등 투톱에 밀리지않고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쳤다. 조폭 코미디의 상투적 매너리즘에 빠진 이 영화를 수렁에서 건져낸건 서기의 액션과 이범수 현영의 코미디 연기가 주는 웃음이었다.
그런데 조연에서 빛을 발하던 현영의 매력 코드가 '최강 로맨스'에서는 과장되고 억지스런 인상으로 탈바꿈했다. 80년대 운동권 여학생이 어찌 어찌 사회부 기자가 되고 온갖 사고를 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연기를 위한 연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주연과 조연의 역할은 크게 다르다. 말 그대로 주연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입장이고 조연은 주연을 잘 받쳐줘야 작품이 산다. 힘들고 어렵기야 주 조연이 마찬가지겠지만 때로 조연은 주연이 이끄는대로 어느 정도 묻어갈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거꾸로 신인급 주연들은 완숙한 중견 배우들에게 극 흐름을 배워가며 커나가곤 한다. 현영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주연으로 나섰고 연기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말았다.
mcgwire@osen.co.kr
'더드림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