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였던 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오전 8시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이사 간담회를 열었고 끝나자마자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만나 ‘아시아 엔트리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한국의 의견을 전했다. 이미 한국 측은 일본이 도입하려는 ‘아시아 엔트리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듯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일본 측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 들렀던 대만에서도 반대 의사를 들었다. 한국과 대만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 보조를 취할 태세였다. 더 나아가 한국 측은 ‘이 사안이 그동안 두터운 친분을 쌓아오던 한일야구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을 곁들여 일본 측을 깜짝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가 자칫하면 한국야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양국간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던 일본야구기구는 ‘아시아 엔트리제’ 도입에 적극적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롯데 마린스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에 가서 제도 설명을 해주기를 바래 이들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일본야구 대표단은 KBO에 아시아 엔트리제는 아시아야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제도는 야구 수준이 떨어지지만 유망주들이 많은 중국 선수들에게 일본 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는 설명이었다고 한다. 이날 일본 측을 만난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일본 구단들은 중국 신인 선수들을 대거 일본에 데려와 육성시키고 있는데 기량이 떨어져 현재 용병제도(1군에 4명 등록) 아래에서는 1군에 진입할 기회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 선수들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주기 위해서 용병제도와 상관없이 엔트리에 1명을 포함시키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KBO는 일본 측의 설명을 들은 뒤 일단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다. 일본 측이 중국 선수들, 그중에서도 신인들을 겨냥한 제도라는 설명과 한일협정서, 해외파 복귀제한 제도 등으로 한국 신인 선수들의 일본 진출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측의 설명을 액면그대로 믿기에는 미덥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이 중국 선수들을 위한 제도라며 도입한 후 한국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1군에 아시아 엔트리제도로 활용하게 되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한국 FA들이 일본 진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 프로 선수들에게 제도를 확대 적용하면 1군 진입 가능성이 훨씬 높아져 일본 진출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의 '합동 저지작전'으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진 아시아 엔트리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