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LG 감독의 '꼴찌팀 길들이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친정팀 LG 지휘봉을 잡자마자부터 '선수단 정신 개조'에 들어간 김 감독이 연일 선수단에 채찍을 가하며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사이판 수수페 구장에 캠프를 차린 LG 트윈스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기본을 지키자’이다. 깐깐한 시어머니가 되고 있는 김재박 감독은 23일 훈련 전 전체 선수단을 집합시킨 후 이달 3일 제대한 내야수 김상현(27)을 지목해 “어디 군인 목소리 한 번 들어보자”며 파이팅 구호를 선창하게 했다.
김상현의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자 “김상현이 너 군대에서 갓 제대했는데 그게 뭐냐”며 맘에 들 때까지 여러 번 구호를 외치게 해 훈련 전 딱딱한 분위기를 풀었다. 운동선수답게 연습 때 패기있는 모습을 주문한 것이다.
또한 김 감독은 23일 조상수 1군 매니저에게 색다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훈련장에 설치한 정수기 옆에 일회용 컵에다 모든 선수들의 배번을 적어놓으라고 한 것. 즉 재활용하라는 의미였다. 이에 조상수 매니저는 36개(선수 36명)의 컵에 선수별 배번을 적어놨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하다못해 일회용 컵이라도 소중하게 써라. 야구공 하나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야구선수로서 지켜야 할 기본이다”며 “야구장에서 장비를 하찮게 다룬다면 벌써 정신상태가 안된 것이다. 정신자세가 약하면 부상도 생기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야구장비를 소홀히 다루는 행위를 보면 벌금을 부과할 것이다”며 야구선수로서 기본적인 정신자세를 강조했다.
유니폼 하의가 스파이크를 덮지 않게 할 것, 공공장소 금연 및 금주 등 지난해 최하위로 느슨해진 LG 선수단을 다잡고 있는 김 감독이 연일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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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자세를 철저히 갖추자는 의미에서 김재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일회용 컵에 배번을 적어 놓고 반복 사용케 하고 있다=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