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제를 제3의 힘에 의존할 수 있을까?.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현대 유니콘스의 농협 인수가 불발로 끝나면서 야구팬들은 이제 '현대'라는 말을 상당 기간 들어야 된다. 언제까지 계속 들어야 할지는 모른다. 앞으로 인수 가능한 기업들이 차례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해태 타이거즈 전례를 보면 현대의 앞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매각설이 나오고 실제 매각에 이르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렸다. 프로야구단이 없는 재벌과 거대 공기업은 언론들에 의해 한 번씩 인수자가 될 것이다. 쌍방울과 해태 인수 후보로는 대우그룹 금호그룹 광양제철 SK KIA 이랜드에 이어 마이클 잭슨까지 등장한 바 있다.
그런데 쌍방울 해태와 현대의 다른 점이 있다. 두 구단의 인수 과정을 살펴보면 제3의 힘, 다시 말해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힘이 작용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프로야구단은 적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다들 운영을 꺼린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단 운영은 오너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매각을 추진하는 이들은 그룹 홍보와 사회적 기여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인수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고 두 구단은 새로운 주인을 바꿀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이 힘을 보태 오너를 움직였다는 것은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문제도 정치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상황이 불리하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울러 경제 상황도 악화되면서 특정 기업이 프로야구단 인수 의사를 나타내도 노조 등에서 반대하면 주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농협 인수 불발 과정에서 프로야구단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욱 높아져 인수기업이 나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로 인해 범 현대가(家)만이 현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현재 미국의 한인 부동산 투자 회사인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가 현대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한국야구위원회에 밝혔다. 그러나 장기간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업의 규모나 매출 등 재정 현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10년 정도는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두 시즌 끌고가다 또다시 손을 들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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