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아직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역을 대표하던 프로야구단이 떠난다고 해도, 새로 팀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모두가 잠잠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정도면 시장을 비롯해 온 도시가 시끌벅적할 텐데 한국은 조용하다. 아니 무덤덤하다.
최근 현대 유니콘스 매각이 추진되면서 서울 수원 전주 등 대도시가 연고지로 오르내리고 있다. 농협이 서울 연고권을 보유한 채 수원에 머물고 있는 현대를 매입해 서울로 입성할 뜻을 비추고 실사작업까지 벌이기도 했고 또 한국인들 주주인 미주 부동산 기업은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대주주 고향인 전주를 연고지로 정할 뜻도 있음을 밝혔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연관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끌벅적할 것이다. 기존 연고지에서는 시장에서 열성팬까지 모두 나서 ‘가지 말라’고 붙잡고 난리를 칠 일이다. 또 야구단이 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도시에서는 대대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시하며 영입전을 전개한다.
일례로 2003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플로리다 말린스가 대표적이다. 플로리다는 우승 후 연고도시인 마이애미시에서 구장 신축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실천하지 않자 다른 도시로 떠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네바다주의 도박 도시인 라이베이거스는 시장이 앞장서서 야구장을 짓고 야구단을 유치하겠다며 대환영했다.
플로리다는 아직까지 마이애미시에 머물고 있지만 마이애미시가 구장 신축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다른 도시로 연고지를 옮길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비슷하다. 지자체의 열의가 미지근하면 연고지를 옮기는 것이 미국 야구계다.
물론 이런 현상은 프로야구단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민들의 여가 선용 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는 미국야구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프로야구단은 지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유지되고 있다. 많은 연고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지역 경제에도 미미한 수준이지만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단이 더 활성화되면 팬들과 지역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네 지자체 단체장들은 야구단 연고지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 개막전이나 포스트시즌 때는 ‘시구자’로 나서서 지역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일 뿐 구장 신축 및 개보수, 장기임대, 연고지 정착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 야구계 인사는 “현대가 정말 수원에서 인기가 없기는 없었나 보다. 이 정도면 수원시와 수원 팬들이 플래카드라도 들고 나와서 ‘떠나지 말라’고 시위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움직임 없다”며 개탄했다.
한국야구단은 언제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팬들의 적극적인 사랑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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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구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