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 풍만하고 건강한 미녀 김혜수가 달동네 산길을 얇은 민소매 차림으로 뛰고 또 뛰었다. 장문일 감독의 새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 촬영에서다. 이번에는 순진한 총각을 유혹하는 대담한 유부녀 역할을 맡았다. 과감한 노출 장면도 많다. '타짜' 등에 이어 섹시 컨셉으로 흥행 여배우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학생 이민기와 상큼하게 바람을 피우던 유부녀 이슬(김혜수). 낌새를 눈치채고 러브호텔로 들이닥친 남편(박상면)에게 붙잡혀가던 중 도주극을 펼친다. '너 거기 안서'라며 뒤를 쫓는 박상면을 피해 40도 경사의 꼬부랑 언덕길을 뛰어 도망가는 장면이다. 감독의 'OK' 사인이 날 때까지 몇번 달동네 언덕을 오르 내리느라 김혜수는 녹초가 됐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뛰느라 결국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않고 촬영장 스탭들을 일일이 챙겼다. 영화배우로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그의 투혼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동안 흥행작이 뜸했던 그는 지난해 추석 '타짜'로 전국 682만 명 관객을 모았다. 도박판의 '꽃뱀' 정마담을 연기하며 농염하게 무르익은 알몸을 드러냈다. 충무로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는 '김혜수 알몸 덕분에 최소 100만 명은 더 들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바람 피기 좋은 날'은 그 차기작이라 오히려 부담감이 더하다. 제작진도 벌써부터 김혜수의 파격 노출과 섹시미를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어리버리 순진남 역할의 이민기와 '화끈한 하룻밤'을 담보로 밀고 당기기를 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은 선수라고 강변하는 이민기가 "누나, 제 거 엄청 커요. 진짜로요"라며 강수를 두자 간단히 받아친다. "그래? 그럼 한 번 꺼내보든가."
김혜수는 2001년 '신라의 달밤'이후 '쓰리' 'YMCA야구단'(2002년) '얼굴없는 미녀'(2004년) '분홍신'(2005년) 등에 출연했지만 스타로서의 이름값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그래서 '타짜' 출연 때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평생 화투장 한번 만져보지 못했다"던 그가 정마담을 연기하기위해 군용담요를 끼고 살았다. 고스톱 상대들을 현혹시키려고 슬쩍 속옷을 보여주는 뇌쇄적 포즈를 통해 특유의 완숙미와 섹시함을 과시했다. 이 장면 연기를 위해 정마담 컨셉에 맞는 팬티를 고르고 또 고르는 수고를 아끼지않았다.
그 결과 '타짜'는 흥행과 평, 양쪽 모두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김혜수에게도 상복을 안겼다. 이같은 상승세를 놓치지않으려는 듯 김혜수는 '바람피기 좋은 날' 개봉을 앞두고 차기작 '좋지아니한가' 출연을 결정했다. 빠른 행보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의 차기작 '좋지아니한가'에서는 생얼에 부스스한 머리, 늘어난 트레이닝 복 차림의 폐인 모드를 선보인다.
이어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열한번째 엄마’에서는 매춘부로 나선다. 슬픈 운명을 갖고 거리로 나서게 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릴 이 영화에서도 그만의 강한 섹시미가 철철 넘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상식용'이란 오명을 듣던 김혜수의 '섹시미'가 이제야 스크린으로 제 자리를 찾아서 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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