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와 '태권브이', 한국 애니 다시 뜰까
OSEN 기자
발행 2007.01.26 09: 18

두 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이 방학철 극장가에 걸렸다. 18일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와 25일 '쳔년여우 여우비'다. 순수 국내 창작과 기술로 제작된 두 작품 사이에는 30년여의 시공간이 자리한다. '날아라 날아 로버트야~' 주제가와 함께 수많은 소년 소녀들로부터 사랑받았던 태권브이는 올 해 30세.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의 여우비는 꿈을 안고 태어난 황금돼지 띠 갓난아기다.
김청기 감독의 '로버트 태권브이'는 1976년 7월 처음 개봉했다. 게임기와 컴퓨터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한국 출신의 첫 로보트에 환호를 보냈고 그 해 영화흥행 전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 애니의 가능성을 열어준 태권브이는 더 이상 날지 못했다. 계속되는 마징가 류의 일본 SF만화 등쌀에 고철로 폐기되기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김 감독과 영화사 신씨네의 복원 노력에 힘입어 이번 겨울 기름칠을 다시 해서 창공을 누비는 중이다.
'마리 이야기'로 2002년 안시 국제애니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탔던 이성강 감독. 서정미 넘치는 가족판타지 '천년여우 여우비'로 한국 창작 애니의 부흥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100살 구미호 소녀 '여우비'가 인간 소년을 구하려고 환상의 세계에서 펼치는 모험 이야기기 기본 줄기다. 손예진이 여우비의 목소리를 맡는등 공형진 류덕환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요즘 추세를 따랐다.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태권브이는 중 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개봉전 예매율 2위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 전작 '마리 이야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여우비도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조폭 코미디 소재의 실사영화들이 득실거리는 극장가에서 한줄기 빛이라는 만족감이다. 특별 시사회 때 남겨진 교사와 학부모 평에는 '아이들에게 우리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게 되어 기쁘다' '요즘 너무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은데 서정적인 그림과 순수한 이야기가 마음에 꼭 든다'는 등의 칭찬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 애니는 극장 흥행에서만 뒤져있는 게 아니다. 국내 캐릭터 시장의 규모는 연간 10조원. 팬시점에서 팔리는 캐릭터 연필과 스티커 한장 마다에 모두 로열티가 걸려있다. 현재는 디즈니 등의 할리우드 쪽과 키티 등 숱한 히트 캐릭터를 내고 있는 일본 애니, 두 강자가 시장을 석권했다. 한국은 김수정 화백의 '둘리' 등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밑바탕이 되는 애니 시장을 외국에 내준데다 그동안 창작 캐릭터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복고판 로버트 태권브이와 황금 돼지 띠 여우비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어느 정도 힘이 되줄지 기대가 크다.
mcwire@osen.co.kr
'로버트 태권브이'와 '천년여우 여우비'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