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땀 빼는 연예인들이 한 둘 이 아니다. 특히 가수들에게서 이러한 시도가 많이 나타난다. 음반 시장의 침체가 낳은 결과다.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가수와 연기자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노래와 연기 중 어느 분야에 더 치중하느냐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가수와 연기자 구분이 모호한 가수 겸 연기자가 있으며, 연기도 하지만 본업이 가수인 사람도 있다. 끝으로 가수에서 연기자로 돌아선 가수 출신 연기자들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나눠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수 겸 연기자
이른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그룹에는 대표적인 예로 비(본명 정지훈)을 들 수 있다. 비는 2002년 1집 앨범 ‘n001’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나쁜남자’와 ‘안녕이란 말대신’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듬해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을 꾀했다. 연기자로 자신을 소개할 때 그는 본명인 정지훈을 사용했다. 영리한 선택이었다. 노래할 때는 비로, 연기할 때는 정지훈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두 영역에서의 활동을 그렇게 구별 지었다. 덕분에 가수와 연기자 사이에서 그의 정체성을 놓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손색이 없는 연기 실력이 비만큼은 가수 겸 연기자로 가능케 했다. 그 결과 비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몇 안 되는 행운아가 됐고 최근에 영화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 그룹에는 신화의 에릭과 김동완, 엄정화, 산울림의 김창완, 탁재훈 등이 포함되며 이중 에릭도 에릭과 본명인 문정혁이라는 이름으로 가수와 연기자로서의 활동을 구별하고 있다.
▲연기는 하지만 본업은 가수
연기를 시도하는 가수들 중 상당수가 이 그룹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도 쉽지도 않지만 이들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호기심이나 희망에 의해서 연기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도 있다. 가수 이현우가 대표적일 것이다. 노래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연기는 해보고 싶은 경험 중의 하나다. 2003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처음 연기에 발을 들인 이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슬픈연가’ ‘웨딩’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독신천하’ 등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KBS 2TV 수목극 ‘달자의 봄’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젠틀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 그리고 어색하지 않은 연기가 지금까지 그를 안방극장을 통해 ‘실장님’으로 불리게 했다. 이번에 맡은 역할도 명품브랜드 수입업체 CEO. 하지만 이현우는 ‘달자의 봄’ 이후 새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가수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홍경민, 윤종신 등이 있으며 이들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연기보다는 노래에 더 많은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가수 출신 연기자
가수로 출발했지만 연기자로 돌아선 연예인들도 많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 출신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90년대 후반에 결성돼 지금은 활동을 중단했거나 해체한 팀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로 윤은혜가 있다. 윤은혜는 1996년 베이비복스 3집 앨범부터 참여했다. 그러다가 2005년 탈퇴를 결심,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와 드라마 ‘궁’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돌아섰다. 특히 ‘궁’은 윤은혜에게 연기자 데뷔식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기여한 작품. 화제성이 워낙 컸던 작품이라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관심의 한 가운데 놓여 있었고 그 덕에 윤은혜는 첫 작품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3개월 만에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로 다시 출연, 지난해 연말 MBC와 KBS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기쁨까지 누렸다.
이밖에 핑클의 성유리, S.E.S의 유진, 샤크라의 정려원, 그리고 god의 윤계상이 있으며 이 그룹의 연예인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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