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이야기’ 호평 김남진, “시련이 나를 살찌웠다”
OSEN 기자
발행 2007.01.26 11: 57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연기자라면? 숱한 인생을 연극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대신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연기자에게 시련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배우 김남진(31)이 그런 시련을 겪었다. 최근 1년 6개월간 활동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연예인들에게 흔히 생기는 소속사 갈등이 김남진에게도 닥쳤다. 1년여를 소속사 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나머지 6개월여를 복귀 준비에 투자했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원망? 아쉬움? 아니다. 깨달음이었다. 극 중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을 실제 생활에서 산 경험으로 얻었다.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김남진의 목소리가 그래서 더 크게 들린다.
김남진은 1월 25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인어이야기’에서 소아과 레지던트로 변신해 복잡한 심리 연기를 펼쳐 보였다. 살인사건을 다룬 4부작 미스터리물에서 김남진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고향마을 보건소 보건의로 등장했다. 초등학교 동창생을 몇 십 년이 지난 뒤에 다시 만나 사랑을 싹 띄우다 그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면서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 인물이다.
김남진은 이 드라마에서 복잡하게 얽힌 살인 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야 했다. 죽은 여인은 초등학교 첫 사랑이었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첫 사랑을 죽게 한 범인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로 밝혀지면서 갈등에 휩싸인다. 살인범으로 몰린 남자, 살해 당한 여자의 첫 사랑, 그리고 밝혀진 범인이 지금의 아내라는 충격적인 사실은 한 남자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이런 복잡한 심리상태를 김남진은 차분하게 잘 소화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 한결 안정감을 찾은 김남진. 그 뒤엔 1년 6개월여의 시련의 시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련을 오히려 기회로 만든 김남진에게서 어느덧 배우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분명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힘들다고 해서 자포자기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 동안 연기자로서 내 모습에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되돌아 봤다”는 김남진은 “연기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더라면 내가 한 작품을 다시 훑어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돌려보면서, 그리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관객 입장에서 차분히 관찰하면서 나의 문제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남진이 발견한 자신의 문제점은 바로 전달력. 발음의 문제, 대사처리의 문제가 결국은 전달력에서 기인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배우가 꼭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생활에서도 모든 사람이 발음을 또박또박 정확하게 해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전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발음 자체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인 전달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런 생각을 굳히고 나니 관객 입장에서 극 속으로 빠져들기도 쉬워졌다고 했다. “우리나라 작품은 물론 미국드라마, 일본드라마도 열심히 봤는데 한참으로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극중 인물과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 극중 인물과 친하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현장에서도 그 느낌은 이어졌다. “한결 연기하기가 편해졌다”고 김남진은 말한다.
이런 깨우침은 배우를 변하게 했다. “작품을 하면서 1년 반 전과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본질은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요구하는 대로 테두리만 움직였던 예전의 모습과 비하면 확실히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는 김남진이다. 그러면서 예전에 이관희 PD가 했다는 말을 되새겼다. “내가 아무리 연기를 하려고 해도 화면에서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금과옥조였다.
4부작 미스터리물로 복귀작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우선은 작가에 대한 관심이었다. ‘인어이야기’는 ‘내 이름은 김삼순’ ‘여우야 뭐하니’를 집필한 김도우 작가가 쓴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쓰기 전에 구성이 끝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지만 김남진은 “대본에는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읽으면 읽을수록 끌렸다. 작품 속에서 그 복잡한 사건과 인물들이 긴밀한 유기체로 엮이는 것을 보면서 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감탄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시험대도 됐다. 미스터리물이긴 하지만 김남진이 연기한 이민석은 고도의 심리 연기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 동안 숱하게 해 왔던 멜로물 속의 ‘귀공자’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연기력 시험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내던져 볼 좋은 기회였다. 4부작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김남진의 연기실험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른을 넘긴 연기자 김남진의 갈 길은 아직 멀다.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져 가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김남진의 기준도 뚜렷하다. “나를 좀더 다져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
끊임없이 변신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배우 김남진에게 재발견의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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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촬영협조 베리베베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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