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는 (KBO)는 26일 프로야구 디지털 백일장 당선작을 발표했다. OSEN은 KBO의 허락아래 당선작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첫 회로 최우수작을 수상한 선수진씨의 '야구장에서 심봤다'를 게재한다.
언젠가 야구장에 다녀 온 삼촌으로부터 ‘심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삼촌이 ‘심봤다‘는 이야기를 하기까지에는 많은 기다림을 통해서 얻어낸 것이었다.
내가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때였다. 삼촌은 야구 시즌만 되면 야구장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야구광이었다. 삼촌은 야구를 보러 갈 때마다 홈런 치는 것을 촬영해 오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항상 빈손이었다. 삼촌은 야구장에 갈 때마다 구형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화질도 엉망이고 순간 포착도 되지 않는 말 그대로 고물 카메라이었다. 그것은 타자들의 타격 폼과 홈 런치는 모습을 찍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야구장에 들어가면 경기에 몰입하는 습성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어느 날에는 삼성 이승엽 선수의 외다리 타법을 반드시 찍어 오겠다고 큰소리치며 나갔지만 말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내지는 못했다. 그런 삼촌이 한편으로는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은 이종범 선수의 안타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뻔 했는데 그날따라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고물 카메라의 한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삼촌과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홈쇼핑에서 카메라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 카메라는 순간 포착과 연속 동작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이었다. 그 순간 삼촌의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저런 카메라라면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촌은 신용 카드를 꺼내더니 홈쇼핑으로 전화를 돌렸다. 카메라를 주문한 것이다.
며칠 후 카메라가 도착했다. 포장을 뜯어보니 자그마한 크기의 깜찍한 카메라가 눈에 들어 왔다. 삼촌은 함지막한 웃음을 지으며 여기저기를 눌러 보았다. 찰칵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때 마다 플래시와 함께 사진이 찍혀졌다. 이제 선수들의 모습을 담는 일만 남았다고 기뻐했다.
며칠 후 야구장에서 삼성과 기아의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승엽도 나오고 이종범도 나온단다. 삼촌은 카메라를 챙기느라 바빴다.
이윽고 경기장으로 가는 삼촌의 모습은 의기양양했다. 이번에는 삼촌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빌고 싶었다. 가족들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삼촌의 목소리였다. 빨리 문 열어 달라고 야단이다.
삼촌이 뭔가를 해냈다는 듯이 ‘심봤다. 심봤다‘를 연거푸 외쳤다. 가족들은 무슨 일이냐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촌은 이승엽 선수의 외다리 타법을 찍었고 이종범 선수의 안타치는 모습도 찍었단다.
지난번처럼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타자와 가장 근거리에서 찍었단다. 우리는 촬영해 온 카메라를 TV에 연결하여 사진을 구경했다.
그런데 이승엽 선수의 타격 폼이나 이종범 선수의 모습은 제대로 잡았지만 줌으로 촬영해서 인지 사진이 흐리게 보였다.
그래도 삼촌은 오랜 숙원이었던 선수들의 타격 폼을 촬영한 것이 무척 기쁘다는 표정을 짖고 있었다. 그런 삼촌의 모습을 보면서 야구의 참 맛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투자한 삼촌의 열정을 보니 나중에는 꼭 홈런 치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 준다.
야구장에서 한 컷의 포즈를 찍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이 가슴에 와 닫는다. 특히 작동하지도 않는 구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담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해 준다.
그동안 몇 번의 시련을 겪다가 마침내 새롭게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로 이승엽 선수의 외다리 타법과 이종범 선수의 안타치는 모습을 담고야 말았다. 결국 삼촌은 그토록 열망하던 외다리 타법을 찍고 나서 ‘심봤다‘를 외치며 돌아오는 그 모습에서 참된 의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