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롯데행으로 본 '몸값 거품'의 실체
OSEN 기자
발행 2007.01.27 10: 08

최향남(36)의 롯데행으로 모두가 '행복'해졌다.
당사자 최향남은 몇 만 달러 연봉에 기약없는 마이너리그 방랑자 생활을 청산할 수 있게 됐고, 롯데는 트리플 A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낸 투수를 영입, 전력을 보강했다. 그리고 최향남-롯데 계약 내용을 놓고 볼 때, '최향남을 버렸던' SK는 과다투자를 피한 것으로 입증됐다.
최향남은 지난달 SK와 계약 결렬 직후 "5억 원은 확정 금액으로 보장받았었다"고 스스로 말했다. 즉 플러스 옵션을 빼더라도 투수 최고연봉액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 후 이뤄진 롯데와 계약에서 확정 금액은 1억 2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계약금 연봉 각 1억 원이지만 플러스 옵션(최대 3억 원)-마이너스 옵션(최대 8000만 원)이 붙어 있다. 최향남은 딱 한 달 '늙었을' 뿐인데 그 시장가치는 3억 원 가량 감소한 셈이다.
최향남과 롯데의 계약이야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끝에 도출된 선택이기에 비평할 일이 못 되지만 이번 사건은 프로야구의 연봉 산정이 그동안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최향남이 억울할 만도 한 것이 더블 A에서도 부상 탓에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한 봉중근(27)에게 LG는 총액 10억 원 이상을 안겨줬다. 아무리 두 투수의 나이차를 고려해도 2006년 성적을 끄집어내보면 부조리하다.
물론 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완전무결한 지표란 있을 리 없다. 메이저리그만 봐도 올 겨울 스토브리그 시장이 '과열됐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는 자칫 '공중분해' 위기마저 대두되는 현대 사태에서 보듯 만성적 적자 구조는 이제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나눠먹을 '파이'가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야구 재벌들'은 속출하고 있다. 최향남 계약건을 일례로 삼아 우리 구단들이 합리적 몸값 측정의 가이드 라인이라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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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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