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유희’ 김정훈, “4년만에 다시 입는 하얀 가운”
OSEN 기자
발행 2007.01.27 13: 14

얄궂은 운명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연예활동을 위해 서울대 치의예과를 자퇴한 김정훈이 결국은 하얀 의사가운을 입게 됐다. SBS TV에서 ‘외과의사 봉달희’ 후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수목드라마 ‘마녀유희’에 김정훈이 흉부외과 의사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극중에서 이뤘다고 하면 한 켠으로는 축하해 줄 일인 듯도 하지만 김정훈의 경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연예활동을 위해 미래가 보장된 서울대 치의예과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1998년 서울대 치의예과에 입학한 김정훈은 가수와 연기활동을 위해 2학년 2학기를 끝으로 2003년 초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다. 물론 그 사이 휴학이 반복됐고 2000년에는 최정원과 더불어 UN을 결성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김정훈이 드라마에서 결국 하얀 가운을 입는다. 김정훈은 ‘마녀유희’에서 한가인을 놓고 재희와 한판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쳐야 하는 외과의사로 변신한다. 김정훈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 보였다.
“예과 과정이기는 하지만 2학년 2학기가 되면 실습시간이 제법 있다. 그 때 대학로 서울대 병원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수업을 들었다”고 입을 연 김정훈은 “다른 의사들도 그렇겠지만 하얀 가운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다”고 조용히 말했다. 아침 잠이 많은 김정훈은 “허겁지겁 시간에 맞춰 실습실에 도착해 보면 정작 가운을 갖고 오지 않아 낭패를 봤던 그런 기억만 강하게 남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당연히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도 없다고 했다. 대부분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는 입학 동기들을 만나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각자의 길을 축복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학교에 남아 있었다 하더라도 의학 공부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진주 동명고) 때부터 진짜로 하고 싶었던 공부는 자연과학이었다. 물리학 전공이 꿈이었기에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면 아마 그쪽으로 전과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정훈이 버린 것은 의학도의 길 뿐만 아니다. 5집 앨범까지 발표한 인기 그룹의 기득권도 미련 없이 떨쳤다. “2005년 8월에 UN을 조용히 해체했다. 당시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연기 공부(중앙대 연극학과 3학년에 편입한 상태)를 할까 했다. 그런데 드라마 ‘궁’에 갑자기 캐스팅이 됐다. 사실 ‘궁’은 만화로 아주 재미있게 봤던 터라 쉽게 출연을 결정했고 그 길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물론 ‘궁’ 이전에도 영화 ‘DMZ, 비무장지대’ ‘까불지마’ 등에서 연기를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연기를 한다기 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스케줄을 소화하는 정도였다. ‘궁’을 하면서 비로소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김정훈의 설명이다.
물론 가수의 길을 깨끗이 접는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작년 말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음반도 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수활동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가수 활동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연기 활동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연기력에 대해서는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쓴소리를 들을 각오도 되어 있다. 그럴수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당분간은 인터넷을 끊고 살겠다”는 말에서 다부진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마녀유희’에서 김정훈이 연기할 인물은 꿈틀대는 욕망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성격의 소유자다. 단순히 악역이라기 보다는 욕망 앞에 휘둘리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곱상하게만 보이는 인상에도 그래서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하루 2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은 불리고 얼굴 살은 빼는 데 신경 쓰고 있다. 극중 인물을 좀더 잘 소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의 연기 변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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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촬영협조 베리베베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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