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전까지는 직장(job)을 구할 것입니다".
박찬호(34)의 새 대리인 제프 보리스(Jeff Borris)는 자신만만했다. 스플릿계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눈을 번뜩이며 "메이저리그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찬호의 경력 및 현 상태로 볼 때 아직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보리스의 이름이 야구 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홈런왕'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때문이다. 본즈가 지난 2004년 불거진 발코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그의 에이전트인 보리스도 부각이 됐다. 비록 그 자신 스테로이드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의뢰인을 변호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27일(한국시간) 베벌리힐스 스포츠카운실(영화 '귀여운 여인'의 배경이 된 리젠트 호텔 맞은 편에 위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찬호 계약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경우 조심스럽지만 단호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이 자리에서 밝히긴 어렵다"고 전제를 두면서도 "메이저리그 계약이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현실 감각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 구단을 상대로 협상의 문을 여는 게 최선의 이익이다", "지금 다년 계약은 의미가 없다. 1년 계약을 맺은 뒤 내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을 가장 강조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몰고 가는 스캇 보라스와는 달라 보였다.
에이전트는 고객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린다. 의뢰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고객 최선의 이익'을 위해 온몸으로 맞선다. 본즈 재계약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샌프란시스코 구단을 향해 보리스는 "본즈를 원하는 구단이 여럿 있다. '뜸뜰이기 작전'으로 몸값을 깎을 생각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에이전트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지만 결과적으로 거짓은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야구는 선수가 한다.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대리인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의 한계'도 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고객을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설 수만 있다면 해당 선수는 든든하다. 모든 것을 잊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 2001년 겨울 박찬호가 첫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 보라스가 그랬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바뀌었고 보라스는 변화된 환경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보라스에서 보리스로 옮겨간 박찬호의 선택은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에이전트 문제로 속을 썩혀야 했으니 오죽 답답했을까.
이제 '에이전트 걱정'에서 벗어난 박찬호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다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날 그의 표정이 밝아보였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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