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 징크스를 털어라.
'주니치맨' 이병규(33.외야수)가 요미우리 이승엽에 이어 일본 정복에 나선다. 이병규는 28일 나고야로 출국해 공식 입단식을 갖고 구단이 마련해 준 나고야의 숙소에서 일본 생활에 들어간 뒤 오는 31일 스프링캠프가 차려지는 오키나와의 차탄으로 이동한다.
가슴 떨리는 출국을 앞둔 그에게 주어진 화두는 1년 징크스 극복이다. 지금까지 일본에 진출했던 선동렬 이종범 이상훈(주니치) 정민태 정민철(이상 요미우리) 구대성(오릭스) 이승엽(지바 롯데-요미우리)은 하나같이 첫 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종범은 성공하는 듯했으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 투수 또는 일본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비디오나 팀 스코어러들의 자료들이 있었지만 실전에 써먹기는 무리였다. 자신의 머리에 실전 경험이 입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본 선수들을 상대하기 힘겨웠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준비 부족. 2월 1일 캠프 개시와 동시에 엄청난 훈련량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일본 팀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가기 역부족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해외 진출과 함께 각종 행사, 지인들과의 모임에 참석하느라 캠프 준비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문화적 차이, 언어 문제,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까지 겹쳐 스트레스를 받고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이병규는 출발은 좋다. 선배들의 일본 진출 첫 해 징크스를 알고 프로 입문 이래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몸을 다졌다. 지금의 몸 상태는 스프링캠프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 더욱이 이병규는 다른 외국인 선수나 일본 토종선수들과의 포지션 경쟁이 없다. 오치아이 감독도 6번 타자로 충분히 기회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
이병규의 첫 해 징크스 극복을 위한 기준표는 어느 정도일까. 타자 선배들의 첫 해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계산이 나온다. 이종범은 지난 98년 67경기 타율 2할8푼3리 10홈런 29타점 69안타 18도루를 기록했다. 이승엽은 지난 2004년 100경기 타율 2할4푼 14홈런 50타점 80안타 1도루에 그쳤다.
이병규가 힘, 정확성, 빠른 발을 갖췄다고 본다면 타율 2할8푼 15~20홈런 75~80타점 15도루 정도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성적이면 팀의 간판급은 아니지만 준간판급 정도의 활약도이다. 물론 첫 해부터 3할타율,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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