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백일장 우수상]②할아버지의 영광의 돌잡이 볼
OSEN 기자
발행 2007.01.28 16: 53

한국야구위원회는(KBO)는 지난 26일 프로야구 디지털 백일장 당선작을 발표했다. OSEN은 KBO의 허락을 받아당선작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이번 회에는 우수상을 수상한 권경하 씨의 '할아버지의 영광의 돌잡이 볼'를 게재한다.
친정 거실 장에는 야구공 4개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이상훈, 박재홍, 진갑용선수의 싸인 볼과 그냥 야구공. 하지만 이 야구공은 보통 공이 아니다.
올 시즌 초 야구장에 가신 친정아버지가 맨손으로 잡으신 전설의 파울볼이다. 결국 아버지는 손가락 골절로 깁스 신세를 지셨지만 아버지의 영광의 파울볼은 다른 유명 선수의 사인 볼과 함께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다.
그 야구공을 어느 날부터 인가 작년에 태어난 조카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달라고 보챘고, 아기들이 놀기엔 다소 딱딱하고 무거운 그 야구공을 조카는 살살 굴려가며 또 굴러간 공을 따라가며 꺄르르 웃다가 박수치다가..그 공은 조카의 좋은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이 녀석도 우리 집안의 내력을 이어 받은 걸까?
온 가족이 야구 열성 팬인 우리 집안은 야구의 광팬인 아버지와 나, 야구선수가 못된 한을 사회인 야구에서 풀고 있는 두 사위까지 온 집안 식구들이 야구의 열성 팬들이다.
응원하는 팀은 다르지만 모이기만 하면 텔레비전은 오직 한 채널이요 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온 식구들이 거실을 야구장 삼아 관람을 하고 있다. 야구가 뭐가 좋아!! 하고 항상 태클을 거시는 친정 어머니셨지만 어느 때부터는 잘 먹고 응원 열심히 하라 시는 건지 제법 근사한 안주도 제공해 주시곤 한다.
이런 가족의 피를 이 조카가 이어 받은 걸까? 이 녀석도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야구공을 찾는 거 보니 잘하면 우리집안에서도 야구 선수가 한명 나오겠다 싶었다. 여름이 지나고 조카의 첫돌 잔치가 다가왔다.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식구들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바로 돌잡이로 아버지가 손가락까지 다쳐가면서 받아오신 야구공을 올려 보자는 것이다.
우즈처럼 되라고 골프채도 올리고 빌게이츠처럼 되라고 마우스도 올려놓는다는데 우리 집에서 제2의 박찬호, 이승엽 선수 만들어보자는 식구들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
돌잔치 날 손님들이 북적거려 조카는 계속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저 녀석 저러다가 제대로 돌잡이나 하려나 하는 식구들의 걱정 속에 드디어 돌잡이 시간. 명주실, 연필, 돈..그리고 야구공."제발 야구공 야구공~~"하면서 간절히 기도하는 식구들의 소리를 들은 걸까? 조카는 넙죽 야구공을 잡아들었고 "야후~~좋아!!"하고 우리 식구들은 환호했다.
그제야 돌잔치 내내 짜증내고 울기만 하던 조카는 방긋 웃었고 웬 야구공 하면서 의아해하던 사람들에게 이벤트 담당자는"여러분. 준혁이네는 다들 야구를 좋아하셔서 준혁이가 커서 야구 선수가 되기를 다들 바라신 다네요.
그리고 이 공도 준혁이 할아버지가 야구장 가셔서 손까지 다치면서 가져오신 아주 의미 있는 공이랍니다. 그걸 준혁이가 알고 바로 잡고 좋아하네요. 박수한번 쳐 주세요" 그제야 사연을 들은 사람들 역시 웃으면서 큰 박수를 쳐 주었고 잔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올랐다.
지금도 그 파울볼은 조카의 멋진 장난감이 되어 있고 그 모습에 흐뭇해하시던 아버지는 가슴 철렁한 한 말씀을 하셨다.
"준혁아~내년에는 더 많이 공갖다 줄께~""안돼요 또 다치세요 아버지" 하지만 할아버지의 손자사랑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께 야구 글러브를 선물하기로 했다.
아버지 내년엔 야구장 가셔도 안전하게 야구 글러브 끼시고 파울볼 많이 받아 오세요. 준혁이 할아버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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