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이기주의'에 또다시 멍드나
OSEN 기자
발행 2007.01.29 18: 11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서울과 부산 연고 구단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광주와 인천 연고 구단들이 반대 깃발을 세우고 있다.
프로야구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 여부 이야기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구단들인 LG와 두산, 그리고 부산의 롯데는 풍부한 선수 자원을 앞세워 지역연고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지역 연고제로 출발한 프로야구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이들 3개 구단에 연고지역 고교 야구팀이 가장 많았다.
반면 역대 인천 연고팀들(삼미-청보-태평양)을 비롯해 부산을 제외한 지방 구단들은 대부분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을 주장했다. 선수자원이 빈약해 프로야구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전면 드래프트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인천 연고팀은 현대 시절을 거쳐 SK 와이번스로 오면서 광역 연고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에 팀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 자원이 좋아졌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천 연고지역 고교인 인천고 동산고 제물포고 등 정도에서만 쓸 만한 선수가 배출돼 빈약한 편이었다.
KIA의 전신인 해태 시절에는 굵직한 선수들은 꾸준히 배출됐지만 쌍방울에 전북 연고권을 넘겨주고 유망주들이 대거 해외 진출로 빠져나가자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에 결사 반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SK는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야구팀 수가 부쩍 늘어나 14개씩이나 돼 가장 많은 연고팀을 보유하게 됐고 KIA도 광주 및 전남북에 7개 고교를 거느리며 알짜 선수들을 배출하게 됐다.
이에 반해 서울 팀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15개 안팎에서 머물러 있게 됐고 부산도 경남 포함해 8개로 제 자리 걸음을 해오고 있다. 특히 서울팀들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는 곳에서 서울 연고로 들어오게 되면 14개 팀을 놓고 3등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은 2005년까지는 15개 팀이었으나 지난해 한 팀이 줄었다.
그러자 서울 팀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면 드래프트를 도입하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현대 사태 등을 겪으며 프로야구가 침체 위기로 몰리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전면 드래프트 실시를 원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구도상으로는 연고 고교팀인 5개인 한화와 6개인 삼성 등 자원이 빈약한 5개 구단이 전면 드래프트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고 KBO가 합세하면 총 찬성표는 6개다. 반대는 KIA SK 등이다. 롯데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단장회의에서 5대 2로 찬성표가 많았던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은 31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된다. KIA와 SK가 ‘여론몰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구계 인사들은 26년째 끌어오던 해묵은 숙제였던 전면 드래프트제를 이참에 프로야구가 위기를 딛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야구계 인사들은 “어차피 FA제도 실시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시대 상황에 따라 ‘구단 이기주의’에 묻히게 되면 프로야구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하자는 주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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