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차별화, '변신에 강한 그녀'
OSEN 기자
발행 2007.01.30 09: 33

세일러 문 변신을 완벽히 소화했던 양 갈래 머리 여고생('내사랑 싸가지'). 몇 년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춤을 추다가('황진이') 갑자기 레게 머리 복서('1번가의 기적')로 스타일을 바꿨다. 팔색조 하지원이다. 자그마한 체구 안에 저만의 개성을 듬뿍 담고 있는 연기자건만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연기의 폭은 넓고 깊다. 두말할 필요없이 타고난 카멜레온 배우다.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연타석 흥행 성공을 기록하기란 쉽지않다. 지난해 숱한 스크린 스타들이 TV 드라마 진출로 화려한 외도를 꿈꿨다가 체면치레에 급급했다. 그 중 일부는 아예 쪽박을 찼다. 이 점에서 하지원의 연기 행로는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2000년대 초 무명시절 '가위' '폰' 등에서 '으악~' 소리 구성지게 뽑아내 호러퀸으로 불렸다. MBC 드라마 '사랑 보다 더 큰 사랑'으로 데뷔하고 3~4년 연기수업을 쌓은 다음이다. 공포물로 쭉 밀고나갔을 법한데 2002년 '색즉시공'으로 섹시 코미디에 도전, 흥행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일단 영화로 뜨고나면 다시 TV로 돌아가는 결정이 쉽지않다. 빡빡한 초읽기 스케쥴의 TV 드라마 촬영이란 배우들 진을 빼기 때문. 영화 한편 찍고 잠시 쉬면서 차기작 고르고 CF로 부수입(?)도 챙기는 게 요즘 스크린 스타다. 그러나 바지런한 그는 사극을 골라 TV 시청자와 만났다. 방학기 만화를 시대물로 옮기 '다모'다. 이 드라마, 폐인을 양산하며 훗날 이명세 감독의 '형사' 탄생의 모태가 됐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듯 하지원의 TV와 스크린 오가기는 빠르고 화끈하다. '내 사랑 싸가지'를 극장에 걸더니 그 새 '발리에서 생긴 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이어 '신부수업' '키다리 아저씨' '형사'로 내리 영화 3편에 출연했다. 흥행 수익만을 놓고보면 그 결과는 분명 별로였다. 극장서 삼세판 승부를 우울하게 끝내고 지난해 대하사극 '황진이'로 TV 복귀했다. 사극에 강한 체질일까. PD와 작가들 피말린다는 시청률 고지를 사뿐 사뿐 즈려밟고 올라갔다.
올 초 감동 코믹 드라마 '1번가의 기적'을 개봉한다. '색즉시공'에서 호흡을 맞췄던 임창정과 다시 만났다. 철거를 앞둔 달동네 아가씨가 동양챔피언에 도전하는 줄거리다. 그렇다고 복싱을 다룬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다. 맛깔나는 웃음이 터지고, 코끝 찡해 눈물도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다. 중반 까지는 '라디오 스타'와 '아이스케키'를 섞어보는 듯한 느낌. 감독의 과욕 탓인지, 영화 후반부에서 감정 고조를 위해 갑자기 사회고발 다큐멘터리 식으로 잠시 방향이 틀어진 게 아쉽다.
어찌됐건 하지원은 다소 얄팍한 근육질 몸매를 강렬한 눈빛 포스와 현란 스탭으로 커버하며 복서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TV와 스크린에서 연타석 홈런을 노리는 그의 발걸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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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번가의 기적' '색즉시공' '형사'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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