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라고 다 같은 멜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변하려는 걸까. SBS TV 월화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최정윤 극본, 정세호 윤류해 연출)가 진한 가족애와 연결된 멜로를 선보이면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1월 29일까지 4회가 방송된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현재 다뤄지고 있는 핵심 멜로 라인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영(한은정 분)-석주(김동완 분) 사이에 당돌한 사랑을 즐기고 있는 정민(황정음 분)이 운명처럼 끼어들고 있는 과정.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단순하지가 않다. 남녀 사이에 저절로 생겨나는, 설명 못할 애정관계가 아니라 가슴 터지는 가족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몰려가는, 운명에 의해 강요된 관계를 만들고 있다.
석주 김동완이 29일 방송분에서 흘린 눈물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이날 석주에게 닥친 시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회사에서 낭패를 보게 됐고 5남매의 새 보금자리를 꾸릴 전셋돈을 말썽꾸러기 동생이 훔쳐가 도박으로 탕진해 버리는 바람에 집안 일 또한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감당 못할 시련에 떠밀린 남자가 기댈 곳은 결국 술이고 그 술기운에 자제력을 잃은 석주는 정민과 하룻밤 깊은 관계를 맺고 만다. 물론 이 날의 사건은 앞으로 이 드라마가 풀어가야 할 가장 큰 갈등 구조를 잉태하게 된다. 가족애와 현실 사이에서 크게 몸부림치는 석주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배신이라는 결과물과 그로 인한 새로운 갈등이 또 전개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멜로에 머물지 않는 것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반석 위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절정의 MBC TV ‘주몽’에 밀려 그 시청률은 미미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멜로의 늪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사랑하는 사람아’에는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29일 방송분 시청률을 4.3%로 집계했지만 한은정과 김동완의 눈물을 본 사람들은 쉽게 그 잔상을 벗어 던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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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친 시련에 몰릴 대로 몰린 석주(김동완 분)가 시련의 도피 방편으로 정민(황정음 분)과의 하룻밤 사랑에 몸을 맡기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