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으로 승부건다?.
지난해 KIA는 단숨에 4강에 올라 2005년 최하위의 설움을 한 번에 씻어냈다. 여러 지 이유가 있었다. 서정환 독과 선수단이 한 마음으로 뭉쳤고 선발진 불펜 등 마운드 운영도 돋보였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넓어진 구장(좌우 99m 중앙 120m)도 무시 못할 이유였다.
지난해 광주구장에서 터진 홈런은 불과 60개. 63경기였으니 경기당 1홈런이 채 되지 않았다. KIA가 25개, 원정팀이 35개를 때렸다. 2005년에는 56경기에서 무려 148홈런이 나왔다.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졌다지만 엄청나게 줄어든 셈이다.
결과적으로 광주구장이 타자들의 무덤이 됐고 투수들은 장타 부담이 없이 마음껏 던졌다. 잘 맞아도 펜스 앞에서 잡히는 일이 수두룩했다. 타력이 약한 KIA는 이 덕택에 솜방망이 소리를 들었으나 상대 팀의 강타선도 마찬가지였다. 방망이가 좋다는 한화도 광주구장에서는 1홈런에 그쳤다.
이 때문인지 삼성도 올해부터 대구구장을 넓히기로 했다. 광주구장처럼 앞 펜스를 철거한다. 기존 크기(좌우 95m 중앙 117m)에서 좌우 98m 중앙 120m로 넓어진다. 광주구장과 비슷한 크기가 된다. 이는 곧 KIA처럼 투수력이 좋고 타력이 약한 삼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미니구장에서도 삼성의 홈런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삼성 KIA와 반대로 김재박 LG 감독은 잠실구장을 줄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좌우(100m)는 그대로 놔두고 중앙펜스를 5m줄여 120m로 만들자는 것이다. 5m를 줄여 얼마나 홈런이 많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호쾌한 야구를 하자는게 펜스 축소 이유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의 동의가 있으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태세다.
LG는 타선이 강해 펜스를 늘리자고 하는 것일까. 김재박 감독의 의지대로 잠실구장의 펜스를 줄인다면 광주와 대구 구장 크기와 엇비슷해진다. 그리 큰 효과를 못 볼 수 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구장이 작아졌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누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LG의 구장축소가 현실화 될 경우 삼성의 구장 확장과 함께 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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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중앙까지 거리가 125m로 국내 구장 중 가장 먼 잠실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