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오늘 어땠어요?". "굉장히 좋던데". "그동안 얼마나 나빴길래(웃음)".
지난 30일(한국시간) 남가주대학(USC) 야구장 3루 덕아웃. 훈련을 마친 박찬호는 땀을 뻘뻘 흘리며 한국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다. 스트라이드를 넓히면서 공끝을 살리는 훈련의 성과가 어땠는지 확인받고 싶어했다.
박찬호는 최근 부쩍 LA 다저스 시절을 자주 언급한다. 베벌리힐스 스포츠카운슬(BHSC)에서 가진 기자회견, 그리고 이날 USC에서 마지막 라이브피칭을 끝낸 뒤에도 다저스 시절 얘기를 했다.
모두 알다시피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야구 인생의 최전성기를 누렸다. 1996년 첫 풀타임 빅리거로 자리를 꿰찬 뒤 마지막 시즌이던 2001년까지 모두 80승을 거뒀다. 2000년에는 18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기록했고 2001년에는 대망의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미드서머 클래식'에도 출전했다.
당시 박찬호는 공끝이 살아 꿈틀거리는 90마일 중반대의 포심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강속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뚝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을 앞세워 타자를 삼진처리했다.
텍사스로 이적해서는 의식적으로 투심 패스트볼에 주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허리 때문에 포심을 마음 먹은 대로 던질 수 없었고, 장타가 많이 나오는 아메리퀘스트필드의 특성상 의도적으로 그라운드볼을 유도하기 위해 투심과 체인지업을 구사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박찬호는 "투심을 자주 던졌는데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의도하다가도 제구가 안 돼 한 가운데로 몰려 맞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난 2005년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로 이적해서는 의식적으로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데 신경썼다"고 밝혔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박찬호는 포심의 위력을 되살리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하지만 현재로선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라이브 피칭 당시 공끝에는 힘이 넘쳤고 투구폼 또한 예전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허리부상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 덕이 크다. 그 역시 "부상에서 탈출하니까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무리가 없다"고 기뻐했다.
'투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스피드가 아닌 공끝'이라는 얘기가 있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날 박찬호가 가장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팔과 다리를 직접 움직이면서 공이 살아들어갈 경우 타자 앞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공이 살아 움직일 때는 나는 '웅∼' 하는 사운드 효과까지 직접 연출할 정도였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후반기부터 투구 스피드가 감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때마다 그는 "스피드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투심과 체인지업에 매료된 듯했다. 지금도 박찬호는 스피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포심패스트볼과 커브의 위력을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저스를 떠난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강산이 '반쯤' 변하는 세월의 시행착오를 거쳐 박찬호는 '과거로의 회귀'를 꿈꾼다. 그의 이름과 동격으로까지 여겨졌던 특유의 포심을 앞세워 박찬호는 완벽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
workhors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