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야구인은 "야구는 모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해석의 각도는 다르겠지만 이 말은 곧 '야구에 모범 답안은 없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의 오프시즌을 보면 '청개구리'란 생각마저 든다. 기준점을 한국야구, 특히 선동렬 삼성 감독의 '지키는 야구'에 두면 그렇다. 먼저 엡스타인 단장은 지난해 35세이브를 성공시킨 조너선 패펄본을 올 시즌부터 선발 전환시킨다. 이에 비해 선 감독은 에이스 배영수가 부상 이탈했어도 마무리 오승환의 입지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즉 '엡스타인은 선발, 선동렬은 불펜'으로 마운드 우선 순위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엡스타인 단장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총액 1억 달러 신인으로 탄생시켰다. 존 헨리 구단주가 앞장서 추진했다 치더라도 웹스타인이 묵인 내지 동조했을 것이다. 반면 패펄본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마무리 자리는 주인없이 출발할 전망이다. 그 대안 중 한 명이 조엘 피네이로인데 통산 1세이브 투수다.
야수진에서도 웹스타인 단장은 외야수 J.D. 드루를 '기어이' 영입했다. 불발로 끝났으나 콜로라도 1루수 토드 헬튼까지도 노렸다. 헬튼이 오면 마이크 로월을 넘기고 케빈 유킬리스를 3루로 전향시킬 의도였던 것으로 비쳐진다. 일련의 포석은 '득점력 극대화'로 귀결된다. 그리구 그 중추는 홈런이나 OPS(출루율+장타율)다. '우선 수비가 되어야 주전. 공격은 그 다음'이라는 선 감독의 이론과는 정면 배치된다.
헨리 구단주의 전폭적 신뢰 하에 매년 혁신을 두려워않는 웹스타인 단장은 지난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줬다. 선 감독은 취임 이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업적을 남겼다. 방식으로 따지자면 '선동렬을 물구나무 세우면 엡스타인'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승승장구 중이다. 역시 야구는 모른다. 그래서 재미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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