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수도권 집중현상’이 예상된다
OSEN 기자
발행 2007.02.01 09: 52

지난 1월 31일 프로야구 주관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상우 총재를 비롯해 8개 구단 사장 등이 모여 이사회를 열고 해묵은 과제였던 ‘도시연고제 및 전면 드래프트제’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프로야구 출범 26년 만에 ‘완전한 도시 연고제를 비롯해 전면 드래프트제가 도입된 것이다. 일부 구단의 거센 반대도 있었지만 ’침체된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연고제가 더 큰 파급효과 이사회 발표 후 모든 야구계와 언론은 ‘2년 후 본격 시행되는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에 초점이 맞춰지며 득실을 따지기에 바빴다. 당장 구단 운영에 영향이 크게 미칠 수 있는 것이 전면 드래프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면 드래프트제 보다도 프로야구계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완전한 도시연고제 실시이다. 2000년 도입된 후 그동안 무늬뿐이었던 도시연고제를 완전하게 실시하게 됐다는 것은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연고지 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사회가 끝난 후 KBO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전면 드래프트제보다 도시연고제의 완전한 실시가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제 구단이 연고지를 옮기는 일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평했다. 그동안 도시연고제이면서도 지역연고제와 마찬가지의 드래프트 제도에 광역영업권이 보장돼 기존 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물론 신생 구단의 창단이 어려웠다. 기존 구단의 연고권 지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타 구단이나 신생 구단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완전한 도시연고제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구단의 연고지 이전이 전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KIA가 수도권으로 올 수도 있다 당장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으로 이전을 원하고 있던 지방 구단들의 이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기존 구단들이 버티고 있는 서울 인천 등은 기존 구단(두산 LG 현대 SK)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이 어렵겠지만 수도권 신도시 등 다른 곳은 얼마든지 다른 구단들이 새로운 연고지로 정할 수도 있다. 전면 드래프트제를 실시하면 ‘광주를 떠날 수도 있다’며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광주, 전남북 연고였던 KIA 타이거즈는 수도권에 새로운 연고지를 정해 이전이 가능하다. 물론 25년간 자리잡고 있던 광주를 떠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전면 드래프트와 관련해 찬성하고 있는 타 구단들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지만 이제는 제도적으로는 연고지 이전을 막을 장치가 없다. 정말 광주를 떠나 ‘물 좋은(관중 수입이 많은)’ 수도권으로 팀을 옮기는 일이 가능하다. ▲성남이나 안산에 야구장이 생기면 누가 주인되나 수도권에 기존 구단 외 지방 구단 이전이나 신생팀이 창단되기 위해서는 물론 인구 밀집 지역에 새 야구장이 먼저 건설돼야 한다. 새로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반 시설인 야구장이 전제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지만 수년 내에 수도권 도시들을 중심으로 야구장 건설이 가시화될 수도 있어 지방구단의 수도권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대표적인 후보지로 성남과 안산이 꼽히고 있다. 두 도시는 현재 ‘돔구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야구장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정문제로 돔구장이 안 되면 최신식 야구장이라도 세우겠다는 태세다. 성남은 분당 신도시와 용인 수원 등을 끼고 있어 많은 야구팬 확보가 예상된다. 또 안산은 인근에 의왕 부천은 물론 수원과 인천까지 흡수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로 족히 200만 명의 인구가 시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안산시는 70만 명. 이처럼 2000만 명 수도권 인구 중 ⅓이 넘는 700만 명이 사는 경기도에 최신식 야구장이 갖춰지면 지방 구단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다. 마케팅이나 홍보 차원에서 서울이나 인천 못지 않은 시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은 계속해서 인구가 팽창하고 있어 프로야구단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대형시장이다. 머지 않은 시기에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야구장을 지어놓고 유치전을 벌이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sun@osen.co.kr KIA의 광주 홈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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