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손에 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TV에 나오는 경기를 본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축구 문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 뺄 수 없는 것이 바로 '펍(Pub)' 문화다.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함께 맥주를 손에 들고 함게 노래부르고 응원하는 모습, 흡사 월드컵 때 우리가 호프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보여주었던 모습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4년마다 한 번씩이지만 이들은 매 경기마다 그리한다는 것이다. 축구팬들에게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잉글랜드의 펍 문화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 펍을 찾는 이유는 돈 때문에
1일(한국시간) 기자가 찾은 펍은 아스날과 토튼햄의 칼링컵 4강 2차전이 열리는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크게 멀지않은 핀즈베리 파크 인근 '@ 클럽' 이었다. 걸어서 약 10분 거리의 운동장에 6만 명이 모여 응원을 하듯 그리 크지 않은 이 클럽에도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각각 설치된 TV를 응시하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마음은 경기장에 있는 이들과 같았는지 좋은 플레이가 있을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TV에서 노래를 부르면 함께 같은 노래를 부르는 열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다르지 않은 열정을 가진 이들이 스타디움을 직접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돈이었다. 아스날은 에미리트 스타디움을 신축한 후 재정적인 부담을 경기장 입장료 인상으로 만회하고 있다. 이에 많은 서포터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아스날의 서포터들 대부분이 그리 부유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티켓 가격 인상을 그리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많은 서포터들이 시즌 티켓을 산 후 빅경기에는 암표상으로 나서 또다른 부를 추구하고 있기도 한다.
펍에서 기자와 만난 폴 심스(44) 씨는 7살 때인 1970년부터 하이버리에 출입했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를 경기장에 데리고 가주었다" 며 "지금 내가 경기장에 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비싼 입장권 때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통 빅매치가 있는 경우에는 암표로 많이 판다" 며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도 정가에 100파운드 이상 높게 붙여 팔았다" 고 말했다.
심스 씨는 "내가 예전에 어렸을 때는 어린이들은 무료 입장이었다" 며 "당시에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오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어린이들까지 돈을 받아서 가족이 함께 가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든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만약 아스날이 가격을 인하한다면 더 많은 서포터들을 경기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 이라며 "서포터가 없으면 클럽도 없다. 지금 클럽의 행태는 나중에 큰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심스 씨는 북런던 더비에 대한 자신들만의 생각을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북런던 더비만은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라는 것. 그는 "어린 시절 이 근처에서 자랐다" 며 "토튼햄 서포터들과도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고 말했다. 그는 "북런던 더비는 언제나 짜릿하다" 며 인터뷰 내내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중계 유료화도 펍문화에 한 몫
잉글랜드 펍 문화의 발전에는 중계 유료화도 한 몫 했다. 일반인들이 잉글랜드 내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보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집에서 돈 내고 중계를 보느니 펍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떠들면서 보겠다는 것이다. 심스 씨와 함께 온 에이미 스톤(35) 씨는 "집에 앉아서 TV 보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별다른 재미도 없다" 며 "소리도 지르고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펍에 자주 오는 편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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