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의 전병두(KIA) 오재영(현대) 장원준(롯데)보다 낫다. 2~3년 안에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투수다".
"스피드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 김진우 한기주(이상 KIA) 바로 아래 수준이다. 파워는 비슷하지만 김진우는 제구력이 더 좋았고 한기주는 슬라이더가 완성 단계였다".
위는 허정욱 SK 스카우트의 '김광현 리포트'이고 아래는 김경훈 KIA 스카우트 팀장의 '정영일 리포트'다. 김광현과 정영일이 각각 안상공고 광주진흥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3월 한 잡지 인터뷰에 나온 평가다.
김광현(19)을 1차 지명한 SK는 재빨리 계약금만 5억 원에 입단시켰다. 창단 이래 최고 계약금이었다. 좌완 선발형 투수인 김광현을 통해 지난해 류현진(한화)을 놓친 아픔을 씻겠다는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반면 당시 인터뷰에서 KIA 1차 지명을 목표로 밝혔던 정영일은 LA 에이절스행을 택했다. 김 스카우트의 평처럼 KIA는 김진우(7억 원)-한기주(10억 원)보다 적은 계약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기에 정영일과 그의 부모가 동의하지 못한 결과였다. 에인절스는 정영일 계약금으로 100만 달러 가량을 투입했다.
이렇게 2006년 고교 최고의 좌우완 투수는 길을 달리했다. 김광현은 일본 고지 캠프부터 자타 공인 '투수조련사' 김성근 감독의 총애를 얻고 있다. 김 감독은 "스펀지 같은 선수"라며 이례적으로 빠른 학습 능력을 칭찬하고 있다.
지난해 한기주-유원상(한화)의 양강 체제로 보였던 신인왕 구도를 정작 류현진이 평정한 것처럼 뚜껑은 열어봐야 알지만 SK 구단의 '스포테인먼트' 전략과 맞물리면서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개막 로테이션 포함도 기대할 만한 분위기다.
정영일 역시 지난 1월 마이너리그 최고 권위의 잡지 가 발표한 LA 에인절스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특히 투수 중에서는 전체 2위였다. 에인절스가 5년 연속 마이너 랭킹 톱5를 유지한 유일 구단인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고무적이다. 올 시즌에는 마이너서 수련을 쌓겠지만 순조로운 출발이다.
지난해 류현진-한기주 라이벌 구도에 이어 뛰는 무대는 다르지만 김광현-정영일의 출현은 '우울한' 한국야구에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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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정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