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사회를 열고 '2009년 이후 전면 드래프트'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는 광역연고제에서 도시연고제로 자연스레 이행, 신규 구단 참여 의욕을 높임과 동시에 '게임의 룰'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전면 드래프트가 전폭적 기립 박수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로 인해 상대적 손해를 본다는 SK나 KIA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단의 연고지역 초-중-고 지원이 부실해지고 프랜차이즈 스타 소멸로 지역민들의 '로열티'도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전면 드래프트가 '순리'임에도 이런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현대 사태'로 귀결된다. 가정해서 현대가 농협에 인수되고 서울 연고가 확정된 뒤 전면 드래프트-도시연고제가 확정됐다면? 어귀가 착착 맞아 들어가고, KBO의 제도 개편은 큰 업적으로 남았을 터이다. 그러나 현대 인수자를 찾는 데 실패 중인 KBO는 신규 참여 기업을 끌어들일 용도로 드래프트와 연고지 문제부터 손질했다. 이를 테면 결혼식장부터 마련해 놓고 신붓감을 찾는 셈이다. 이러니 SK와 KIA 등 '기득권' 구단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2년 후 시행'이라는 절충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개정 제도 하에서 현대 문제는 물론 제9~10구단 탄생도 보다 용이하게 됐다. 그러나 470억 원짜리 유니콘스가 최소 80억 원에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근본적 문제다. 이제 어떻게 하면 프로야구로 돈을 벌 수 있는지, 그리고 지출을 합리적으로 책정할지를 나머지 7개 구단들이 고민할 때다. 이들 중 단 1구단이라도 '모범 매뉴얼'을 창조해낸다면 현대 인수는 물론 9~10구단 창설도 환상만은 아니게 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