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을 잡자', 영화 속 공개수배 '파장'
OSEN 기자
발행 2007.02.03 10: 18

경찰이 놓친 유괴 살인범을 영화감독이 잡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991년 압구정동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 놈 목소리'는 현상 수배극을 내건 영화다. 공소 시효가 이미 지난 파렴치 잔혹범의 살인 사건, 관객들이 함께 '그 놈'을 잡아보자는 깃발을 높게 내걸었다. 한 겨울 극장가에는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야제 포함 개봉 첫날 스코어가 35만명을 기록했다. 스크린 수는 396개. 한국영화 역대 최다흥행의 '괴물'이 620개 스크린으로 첫날 45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될만한 돌풍이다. 영화를 본 관객 평은 서로 엇갈린다. '배우들 열연이 돋보인다' '2시간 넘는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가더라'는 칭찬부터 '긴박감이 떨어진다'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친다' 등의 실망까지. 그러나 '그 놈을 꼭 잡아야할텐데'만큼은 한 목소리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 관객들은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형호군 부모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살려달라'는 부모의 절규를 간단히 무시하는 유괴범의 냉혹함에 함께 치를 떨고 분노하는 중이다. 실제 유괴 사건이 진행된 기간은 44일. 영화 속 강동원이 목소리를 연기한 유괴범은 전화 통화만으로 형호군 부모의 넋을 빼고 속을 찢었다. 그리고 9살 소년은 한강 배수로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된 뒤에야 엄마의 품에 안겨 고이 잠들었다. 방송 PD 출신인 박 감독은 1992년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연출을 했다. "그 때부터 언젠가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 "공소 시효에 상관없이 그 놈의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 놈의 흔적을 찾아주기를 기원하면서다. 영화 포스터는 유괴범의 몽타쥬가 실려 있고, 예고편에는 실제 협박 전화를 걸었던 그 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보고 듣는 이가 많아질수록 그물망은 좁혀질수 밖에 없다. 박 감독이 노리는 상업영화의 흥행에 따른 공개 수배가 조금씩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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