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새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권기영 극본, 손정현 연출)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11.4%, TNS미디어코리아 집계 9.8%의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한 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2월 3일 밤 첫 방송된 ‘사랑에 미치다’는 일단은 두 가지의 이야기 구도로 가닥을 잡았다. 하나는 이미연과 류태준, 그리고 이종혁이 얽힌 삼각 구도이다. 이미연과 류태준 이종혁은 오랜 친구사이다. 항공사 기장과 지상요원으로 함께 근무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키워왔다. 그러다 이미연과 류태준은 결혼을 앞둔 연인관계로 성장했고, 이종혁은 첫 만남부터 이미연에게 빠져들었지만 류태준과의 우정 때문에 둘의 결합을 곁에서 축복만 해줘야 하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결혼을 코 앞에 두고 이종혁의 몰래 사랑은 결국 이미연과 류태준에게 들키게 되지만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라 애틋한 연민의 시작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위험한 곡예를 펼치는 인물이 아니라, 류태준의 죽음으로 우정과 사랑이 똘똘 뭉쳐 헌신적으로 한 여인을 보살피게 되는 남자의 복선이다. 또 다른 이야기의 구도는 윤계상과 김은주가 그리는 철없는 사랑이다. 둘은 사랑의 감정은 뜨겁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어설픈 구석이 많다. 사랑을 즐기고 꽃 피울 여유보다는 현실의 어려움이 더 크다. 김은주의 아버지는 빚 덩이에 눌려 폐인의 지경에 몰려 있다. 그런 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윤계상과 김은주는 마음으로는 사랑의 결실을 얻고자 하지만 그러기에는 넘어야 할 현실의 장애가 너무 많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이야기가 하나가 되는 결합점은 한 커플을 불행으로 치닫게 한 교통사고이다. 결혼을 앞둔 한 남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교통사고는 그러나 새로운 사랑을 싹 틔우는 계기가 된다. 이제 ‘슬픈’ 멜로를 이야기 할 준비는 끝났다. 전혀 다르게 돌아가던 두 개의 이야기 구조가 하나로 접점을 찾았으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만 하면 된다. 이미연과 윤계상이 만나게 되는 과정은 이렇게 치밀한 준비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이런 준비과정은 두 배우가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 즉 나이 차를 자연스럽게 극복시켜 주는 구실도 한다. 한 여자는 사랑을 잃은 아픔으로, 한 남자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아픔으로 몸부림치게 된다. 그런 둘의 결합을 두고 거리감을 느낄 관객은 없다. 진실된 용서와 사랑만 바랄 뿐이다. 이런 구도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이미연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 윤계상의 의외로 어색하지 않은 연기, 이종혁의 신선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감성적인 연기가 시청자들의 박수를 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랑에 미치다’가 ‘드라마에 미치다’가 되는 느낌들을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마구 쏟아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 시청자들은 ‘진화하는 멜로 드라마’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