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이전 세대는 지상파 TV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 주말 늦은 저녁 MBC '주말의 명화', 휴일 KBS '명화극장'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외화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방송 편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고 따라붙는 CF도 많았다. 방송국 담당자들은 양질의 외화 확보를 위해 피같은 달러를 팍팍 썼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요즘 TV 외화는 찬밥 대우로 전락한지 오래다. 편성 시간은 주말 휴일 심야로 밀려났다. 창사 몇주년 등 특별한 이벤트나 돼야 화제작을 틀어주는 등 방송국측 성의는 시들하다. 놔둬도 뜯을 게 별로 없고 막상 버리자니 아까운 닭 갈비 신세인 셈. 시청률? 결국은 시청률이 문제였다. 시청자가 계속 줄다보니 계속 늦은 시간으로 밀려나고,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수십년을 고정 시간, 고정 오프닝 음악으로 아성을 굳혔던 1960~1970년대 뽕밭이던 것이 지금은 망망대해다. 4일 새벽 KBS2 토요명화는 임수정 김래원의 한국영화'ING'로 3.8%, 이보다 30여분 늦게 새벽 1시 시작한 MBC 주말의 명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3.3%, 가장 일찍 12시 11분 시작한 SBS의 '랜섬'은 4.7%를 기록했다. 이미 케이블방송 등을 통해 수십번식 방영된 영화들이다. 작품 보다는 시간 싸움이 더 치열했던 느낌이다. 기록상으로는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한 영화가 시청률에서 우위를 지켰다. 올드 시네마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TV 주말 명화들의 몰락은 왜일까. 1980년대부터 VCR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점차 자기 편한 시간에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가정이 늘어난 게 1차 원인이다. 1990년 중 후반에는 영화마을 등 비디오 대여점들이 성업하면서 동네마다 서너개씩 북적거렸다. 거의 자장면집 수준으로 비디오 대여점이 늘어나던 시대였다. 권불십년. 비디어 대여점의 전성시대는 그나마 10년을 못버텼다. 케이블 및 위성 방송이 보급되면서 영화 전문 채널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 한달 1만원대의 시청료로 매일 24시간 개봉한 지 불과 몇개월이 안지난 최신영화까지 TV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젊은 세대들은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아 컴퓨터로 영화를 즐기는 데 더 익숙해졌다. 지상파 TV의 영화 상영 프로들이 방황을 하게된 사연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랄까. '심야 편성을 밀려난 뒤에도 고정적인 시청자층을 늘 달고다닌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