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본어로 말을 걸어온다. 재미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MVP 타자 후쿠도메는 주니치 전훈 취재차 오키나와 요미탄 구장을 찾은 한국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병규(33)의 첫 인상에 관해 이렇게 평했다. '재미있는'이란 표현에서 감지되듯 이병규가 스타 의식을 내색하지 않고 호의적 인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주니치 입단 이래 이병규의 언동을 추적하면 LG 시절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입단 기자회견 때부터 이병규는 "주니치에서 LG 시절 백넘버인 9번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먼저 고사했다. 상조회장 이노우에의 번호이기 때문"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후 이병규는 3가지 '파격'으로 '겸손한 병규 씨'의 인상을 일본 언론과 주니치 동료들에게 심어줬다. 그 첫째는 후쿠도메가 언급한 대로 적극적 일본어 구사 노력이다. 이병규는 오키나와 캠프에 들어갈 때부터 일본어 교재를 휴대, 틈틈이 공부하겠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아울러 오키나와 캠프 역시 타이론 우즈처럼 2월 8일에 들어와도 된다는 오치아이 감독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타 일본 선수처럼 2월 1일 첫날부터 합류했다. 특히 이병규는 1월 30일 나고야로 출국해 그 다음날 나고야돔에서 훈련까지 치른 뒤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올랐다. 또 이병규는 타 구단과 달리 1주일에 하루만 쉬는 지옥훈련으로 악명높은 주니치 스프링캠프에 대해서도 "모든 코스를 빠지지 않겠다"고 자청했다. 마지막으로 포지션에 대한 유연한 자세로 오치아이 감독 등 코치진의 호감을 두텁게 하고 있다. 이미 오치아이 감독은 이병규의 개막 주전을 확약해놓은 상태다. 다만 중견수냐 좌익수냐를 놓고 고민중인데 이병규는 "LG 시절부터 맡아 온 중견수가 익숙하다. 그러나 감독님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자세다. 이렇듯 '한국 프로야구의 1급타자였다', '수 억 엔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고 왔다'는 특권의식을 이병규는 먼저 버렸다. 이제 야구 실력만 보여주면 이병규의 겸손함은 진정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