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장문일 감독, 아이필름 제작)의 제목은 맞춤법이 틀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다를 뜻하는 건 ‘바람피우다’. 결국‘바람피다’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영화 제작사 아이필름 관계자는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이 맞춤법이 틀리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제목을 결정할 때 ‘바람 좋은 날’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제목이 거론됐으나 장문일 감독이 선택한 제목이 ‘바람피기 좋은 날’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영화 제목은 맞춤법은 틀려도 시적 허용이 작용한다. 그리고 ‘바람 피우다’는 말보다 ‘바람피다’는 말이 어감상 느낌도 좋고, 훨씬 더 직설적인 관용표현이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목의 맞춤법이 틀린 경우는 지난해 연말에 개봉했던 영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r.로빈 꼬시기’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바로 그것. ‘꼬시다’는 ‘꾀다(혹은 꼬이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는 의미를 가진 ‘꾀다’로 표현하는게 옳다. 그리고 ‘싸이보그’는 ‘사이보그’로 표기해야 한다. ‘cyborg’는 첫 소리의 경우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사이보그가 돼야 한다. 물론 영화의 제목이 고유명사이고 시적 허용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영화제목이 우리말을 훼손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과거 한 광고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고 해 실제 시험에서 혼란을 야기했던 경우도 있다. 광고 뿐 아니라 파급력이 큰 영화 제목으로 인한 혼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잊혀진 우리말을 되찾고 잘못된 표현을 수정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맞춤법이 틀린 영화제목을 접해야 하는 것은 왠지 씁쓸한 미소를 남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