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방송, 그 뒤집어진 '힘의 관계'
OSEN 기자
발행 2007.02.05 09: 21

스타와 방송국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연예인들의 목줄을 잡고있던 방송국은 스타들과 그 소속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지 오래다. 왜? 그들이 없으면 시청자의 눈길을 확 끌어잡을 프로가 안나오니까. 유명 탤런트들도 채널 한 개에 고정 출연하던 때가 있었다. 행여 경쟁 방송국 프로에 나가려고 눈치를 봤다가는 한동안 TV서 얼굴 보이기 힘들던 시절이다. 잘 나가는 스타도 드라마에 출연시켜달라고 방송사 간부나 PD에게 굽신거릴 정도였다. 연말 지상파 TV의 10대 가수상 등에는 톱가수들이 앞다퉈 참여했다. 부르는데 안갔다가는 '꽤씸죄'에 걸려 고초를 겪었다. 예전에도 방송국들이 인기 코미디언 배삼룡, 이기동 등과 전속계약을 맺기위해 납치 소동을 빚은 적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스타를 바라보는 방송국은 '니들이 뛰어봐야 벼룩이지'라는 속내였다. 결국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방송에 밉보인 일부는 아예 방송사들간의 담합으로 TV 출연 금지를 당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그러나 PD가 상전이던 방송 세태는 2000년대 들어 스타 우선으로 역전됐다. 머리를 조아리지 않으면 프라임 타임 드라마에도 스타 캐스팅은 불가능하다. 설사 구두로 출연을 승낙했더라도 계약사에 도장 '쾅' 찍기전에는 여러번 엎어진다. 최근 MBC의 야심작 '에어시티'는 주연급 캐스팅이 3번이나 바뀌어서 방송가에 화제다. 남 녀 톱스타로 겨우 구색을 맞추면 한쪽이 틀어서 무산되고 또 무산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그래도 이정재-최지우로 낙점된 데 방송국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라마 PD가 연기자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던 지난 세기에는 꿈도 못꿨던 일이다. 또 스타를 모실려면 경쟁 방송사에 동시 출연하는 것조차 상관해서는 안된다. 최고의 MC로 꼽히는 유재석은 요즘 KBS, MBC, SBS 지상파 3개 방송 모두에 얼굴을 비친다. 그 것도 오락의 간판 프로들이다. MBC에서는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과 금요일 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KBS는 2TV서 목요일 밤 '해피투게더 프렌즈', SBS는 일요일 프라임타임의 '일요일이 좋다'와 화요일 저녁 '진실게임'이다. 스타가 방송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는 사례인 셈이다. 출연료도 스타가 쥐락 펴락 한다.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스타 두 세명의 출연료로 지출되는 추세다. 톱스타 등장 드라마에서 오히려 그 스케일과 연기파 조연들의 비중이 약하다는 비판이 잦아지는 이유다. 웬만하면 회당 2000만원 이상을 요구한다. 그래도 출연 의사를 밝히면 방송 측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방영 스케쥴조차 스타 일정에 맞추는 촌극이 발생했지만 쉬쉬하고 있다. 이같이 대역전이 펼쳐진 이유는 스타를 필요로 하는 컨텐츠 시장과 무대는 급격히 늘어난 반면에 그 수는 한정된 탓이다.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모바일 등 오락매체의 다양화로 스타는 더 이상 인기 관리를 위한 도구로 지상파 TV에만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몇년 째 영화와 CF 위주로 활동하면서도 인기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는 스타 연기자들도 다수다. 권불십년이란 격언을 떠올리는 게 뒤집어진 스타와 방송의 역학구도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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