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감독'은 전훈지의 '분위기 메이커'
OSEN 기자
발행 2007.02.06 18: 05

LG 트윈스 김재박(53)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따라다니고 있는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 여우라는 말이 그리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미련한 곰’보다는 ‘재기가 넘치는 여우’로 불리우는 것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여우’라는 별명처럼 번뜩이는 재치로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인정을 받고 있다. 선수 절에는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재치있는 플레이로 인기를 끌었고 감독으로서는 상대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위업을 일궈냈다. 벌써 감독 생활 12년차의 베테랑이 된 김 감독은 선수단을 통솔하는 데도 ‘여우’의 관록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 감독은 특히 지루한 해외 전지훈련에서 종종 기발한 내기 게임으로 지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15년 만에 친정팀 LG 트윈스에 복귀해 사이판으로 첫 전지훈련을 떠난 김재박 감독은 지난 5일 ‘깜짝 이벤트’로 선수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1월 20일 훈련에 돌입해 선수들이 강훈련으로 지친 시점에 김 감독은 상금 100달러를 걸고 ‘드럼통에 공 골인시키기 게임’을 실시했다. 김 감독은 훈련 중 급작스럽게 프런트에 지시, 드럼통을 준비시킨 뒤 선수당 1개의 공을 던지게해 30m 거리에 있는 드럼통에 골인 시키는 사람에게 100달러를 주겠노라고 선언했다. 우리네 전통놀이인 '투호'와 야구를 적절히 섞은 퓨전 게임인 셈이다. LG 선수들은 모두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지만, 주인공은 가려지지 않았다고. 김 감독은 "상금의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아 아쉽다. 다음에는 더 거리를 줄이고, 상금을 높이겠다"면서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김 감독은 전훈지의 ‘분위기 메이커’로 현대 시절에도 종종 내기 게임을 했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스프링캠프 때는 본인이 직접 게임에 출연해 노익장(?)을 과시한 적도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발이 느린 포수 허웅과 25m 왕복달리기 게임을 실시, 간발의 차이로 분패했다. 현역 시절 도루왕을 차지할 정도로 발이 빨랐던 김 감독은 허웅과 팽팽한 접전을 펼쳐 은퇴 후에도 몸관리를 철저히 했음을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허웅과 10달러 내기를 해 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종종 재미있는 게임을 즐긴다. 골프 축구 당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과 포커, 고스톱 등 게임에도 능한 김 감독은 ‘간단한 돈내기’로 자신과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를 좋아한다. 작은 게임이라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sun@osen.co.kr 김재박 감독의 깜짝 제안으로 사이판 전훈지에서 '드럼통에 공 넣기 게임'을 즐기고 있는 LG 선수단=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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