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예계에서 괄목할 만한 일을 꼽자면 중견 연기자들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젊은 스타들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일개 조연배우에 지나지 않았던 중견 연기자들이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하고, 주연보다 더 주목받기도 한다. 이렇듯 중견 연기자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중견 연기자들의 관록있는 연기의 힘이 직접적인 요인이겠지만 그를 뒷받침 해주는 것은 바로 네티즌의 힘이다. 최근 각 작품의 홈페이지를 비롯해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관객의 처지에서 인상 깊게 본 연기자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관록을 바탕으로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 연기자들이 시청자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중견연기자들도 인정하는 것 같다. 2월 7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는 네티즌이 지난해 개봉했던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최고의 작품과 연기자를 선정하는 ‘제4회 최고의 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최고의 남녀 조연배우상’을 수상한 나문희와 변희봉은 네티즌의 힘에 대해 언급하며 ‘네티즌이 중견연기자들에게 힘을 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문희는 “영화 ‘열혈남아’에 출연하면서 메주를 쒀 장을 담그듯이 열정을 쏟았지만 흥행 결과는 별로였다”며 “네티즌이 직접 뽑은 이 상으로 많은 힘을 얻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변희봉도 “네티즌이 희망과 용기를 줬다. 나같은 배우에게 이렇게 행복하고 가슴벅차다는 것을 깨우쳐 줬고, 내 연기 생활에 가장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또 내 양 어깨에 짐을 지어준 것 같지만 그 짐을 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네티즌의 힘을 인정했다. 네티즌의 힘이 영화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데뷔 34년만에 첫 팬미팅을 가진 ‘주몽’의 이계인 또한 이와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몽’에서 모팔모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계인에게 네티즌의 관심이 쏟아진 것이 지각 팬미팅을 할 수 있었던 힘이 된 것이다. 네티즌의 의견 개진이 활발해지면서 주목받는 것은 비단 중견연기자들만은 아니다. 매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연기력을 갖추거나 인상적인 연기를 한다면 신인과 중견, 그리고 톱스타를 가리지 않고 네티즌의 관심이 쏠린다. 다시 말해 이제는 스타라는 이름만으로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연기자의 소양에 따라 그 인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