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미미하지만 ‘양극화 현상’으로 위기 국면에 처한 한국 프로야구에도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구단 및 선수간 빈부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실시되며 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도입해 작금의 현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샐러리캡이란 팀 연봉 총액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고 사치세란 연봉 총액이 일정액(샐러리캡)을 넘길 경우 추가분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물리고 그 돈을 다른 구단에 나눠주는 제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2년부터 이 제도가 도입돼 ‘초호화 군단’ 뉴욕 양키스가 지난해 250억 원을 무는 등 5년간 1억 2375만 달러가 사치세로 거둬들여졌다. 연간 200억 원 안팎의 구단 운영비를 투입하며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도 점점 늘어만 가는 적자를 개선하려면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야 구단의 적자폭도 줄이고 팀간 균형 및 FA 제도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많아지고 있다.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 시점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은 자금난으로 매각으로 내몰린 현대 유니콘스 사태와 팀 및 선수간 연봉 격차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8일 발표한 '2007년 등록선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최고 연봉(이하 외국인선수, 신인선수 제외) 구단은 62억 275만 원의 삼성으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위인 46억 4700만 원의 한화보다 약 16억 원이나 많을 뿐만 아니라 최하위인 두산(28억 81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또 선수 개인간 연봉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3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24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이 늘어난 반면 3000만 원 이하 저연봉층은 지난해 160명에서 5명이 늘어난 165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이 팀 연봉 1위에 오른 것과 초고액 연봉인 3억 원 이상 선수가 늘어난 것은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때문이다. 그동안 영입한 FA 선수들의 몸값이 삼성의 팀 연봉 1위에 한 몫을 단단히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치솟는 선수단 연봉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선수간 빈부차가 심화되자 야구계에서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다. 팀간 불균형도 해소하면서 일부 선수만 혜택을 받는 FA 제도의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을 본격적적으로 고려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선수노조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구단이 선수들과 합의하에 허위로 연봉 총액을 보고하면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허위 보고 적발시 벌금을 세게 물리는 한편 내부 고발을 위한 거액의 포상금을 걸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O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들과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구단의 운영비를 줄이면서 FA 제도를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도입해 엄격히 적용하면 현재처럼 비정상적인 FA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단들은 FA 후보에게는 미리부터 높은 연봉을 안겨주며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보상금을 노리며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닌데도 연봉을 대폭 인상, 타구단들이 높은 보상금을 의식해 영입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 탓에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고도 타구단으로의 이적이 어렵다.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일정 상한선(샐러리캡)을 넘는 팀 연봉 총액에 사치세를 물리면 구단들이 FA 후보들의 연봉을 무작정 올려줄 수 없게 된다. 또 일부 FA에게 초고액 몸값을 지불하면 팀 연봉 총액에 큰 영향이 미치므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수간 이동을 지금보다 원활해지면서 많은 선수들이 FA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단 살림의 어려움도 해결하는 한편 FA 제도의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sun@osen.co.kr 2007년 팀 연봉 1,2위에 오른 삼성과 한화의 지난해 한국시리즈 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