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는 요즘, 탱탱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배우들조차도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라는 것이 있다. 이 카리스마는 오랜 관록과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작품 속에서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지지대 구실을 하곤 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을 잘 살펴보면 원로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노장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다. 확 튀지는 않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캐릭터로 노장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을 살펴본다. 거침없는 인기 이순재와 나문희 엄한 호랑이 할아버지 이순재가 제대로 망가졌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다 가족들에게 들켜 체면을 구기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소리 지르고 떵떵거리던 독불장군이 자신의 친구 대근이 할아버지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또한 나문희 역시 ‘식신’ 준하와 함께 ‘뚱땡이 모자’로 불리며 우리 시대의 헌신적인 어머니상을 선보이고 있다. 아들의 방귀냄새를 맡고 건강이 안 좋아졌음을 느낀 후 식단 개선과 반신욕 등을 통해 ‘방구보감’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며느리 박해미의 당돌한 모습이 얄밉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시어머니로 돌변한다. 이 같은 이순재와 나문희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믹연기에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진짜라고 착각될 만큼 자연스러운 캐릭터와 함께 코믹하지만 전혀 과장되지 않은 연기는 수십 년 간 배우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과 숙련도를 실감케 한다. 소름 돋는 연기력 이정길, 김창완, 변희봉 인기리에 방송중인 드라마 ‘하얀거탑’ 시청자 홈페이지 게시판을 살펴보면 메인 주인공인 김명민과 이선균 등에 관한 칭찬뿐만 아니라 이정길, 김창완, 변희봉 등 중견연기자들의 소름돋는 연기에 찬사를 보내는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정길의 이중적인 모습과 함께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창완의 연기변신, 변희봉에게서 느껴지는 기가 젊은 배우들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하얀거탑’은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연개소문’의 일등공신 김갑수 SBS TV ‘연개소문’이 온갖 난관을 딛고 유동근 출연 이전에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수양제로 출연했던 김갑수에게 있었다. 극중에서 광기어린 눈빛과 상식 밖의 행동, 냉정하고 비열한 캐릭터로 극을 이끌어간 김갑수에게 ‘연개소문’ 인기의 공을 돌리는 것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네티즌은 “김갑수 아저씨 연기보고 팬 됐습니다”, “‘연개소문’의 인기는 김갑수 씨의 몫이 거의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등 그의 연기에 칭찬을 넘어서 존경심을 표하는 글까지 많이 올라왔다.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젊은 연기자들 뒤로 한 발짝 물러서 있지만 그들이 내뿜는 카리스마는 상상 이상이다. 튀지 않고 조용히 묻혀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해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중견연기자들의 힘이다. hellow0827@osen.co.kr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 이순재, '연개소문'의 김갑수, '하얀거탑'의 김창완, 이정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