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길은 정해졌다. '빅허트' 프랭크 토머스(39.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걸었던 길이다. 토머스는 한때 자타가 공인한 아메리칸리그 최고타자. 19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해 2005년까지 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둔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날렵한 스윙으로 상대 투수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주인공이다. 그러나 화이트삭스에서의 말년 토머스는 '천덕꾸러기'였다. 각종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날보다 벤치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2003년 153경기에 출전한 뒤 2년간 108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생애 처음으로 후보 신세를 맞보기도 했다. 한때 3할5푼3리까지 기록했던 타율은 2005년 2할1푼9리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해 가을 화이트삭스가 대망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토머스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화이트삭스로부터 버림받았다. '더 이상 필요 없다'는 통보와 함께. 그러나 그는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2006년 헐값을 받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하면서 와신상담했다. 계약조건은 기본 연봉 50만 달러. 그리고는 연신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37경기에 나선 지난해 타율 2할7푼 39홈런 114타점에 OPS 0.990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토머스는 끝났다'고 수근대던 주위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찬사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2년 1800만 달러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 박찬호의 처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있던 토머스와 큰 차이가 없다. 연평균 1300만 달러에 달했던 연봉은 60만 달러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를 영입한 뉴욕 언론은 '선발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회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박찬호는 개의치 않는다.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 밝은 표정으로 뉴욕행을 반긴다. 2001년 겨울 LA 다저스를 떠난 뒤 지금처럼 컨디션이 좋았던 때가 없다며 싱글벙글이다. 박찬호의 당면 과제는 200이닝 투구다. 199이닝을 채울 경우 보너스 240만 달러가 보장돼 있지만 돈에는 개의치 않는다. 올 한 해 확실하게 부활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다. 박찬호는 풀타임 빅리거로 11시즌을 치렀다. 이 가운데 200이닝을 넘긴 건 최전성기였던 다저스에서의 3시즌(1998,2000,2001)뿐이다.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목표가 클수록 의욕도 불어나는 법. 200이닝을 향해 매진할 경우 승패와 각종 보너스는 부상으로 따라오게 된다.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의 말대로 NL 재기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뉴요커'로 다시 태어나는 박찬호는 악몽 같던 2000년대 초반을 기억에서 지웠다. 그는 다가오는 스프링캠프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맞고 있다. workhorse@osen.co.kr 프랭크 토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