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은 잘나가는데 설기현을 위한 자리는 없다?'. 레딩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밤 홈구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서 아스톤 빌라에 2-0으로 이기면서 벌써 4연승을 달렸고 UEFA컵 진출이 가능한 6위를 굳건히 했다. 1경기 덜 치르긴 했지만 5위 볼튼 원더러스와는 승점 1점차다. 4위인 아스날에도 승점 3점차로 따라붙었다. 2007년 들어서는 FA컵을 포함해 7승 1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기현은 3경기 연속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설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 코펠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 설기현이 결장하고 있는 것은 스티브 코펠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 때문이다. 설기현의 자리인 오른쪽 미드필더에는 글렌 리틀이 포진하고 교체 멤버로 데이브 킷슨과 존 오스터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공격에서 빠른 템포를 추구하고자 하는 코펠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설기현은 날카로운 크로스와 슈팅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지만 스피드면에서는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펠 감독은 킥과 슈팅력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정확하지만 팀 전체의 스피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설기현보다 빠르고 경험이 많은 글렌 리틀을 리그에서는 중용하는 것이다. ▲ FA컵에서는 출전 가능성 높아 비록 리그에서는 중용받지 못하고 있지만 오는 18일 새벽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 16강전에는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설기현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고 FA컵은 단판 승부기 때문. 특히 지난해 FA컵에서도 설기현은 울버햄튼 소속으로 맨유와 맞부딪혀본 경험이 있다. 또한 그의 정확한 킥능력은 토너먼트 대회에 필요한 한 방을 가져다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현재 설기현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신 역시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적 고생을 하고 있는 것. 지난 7일 그리스와 한국의 평가전 후 인터뷰에서도 설기현은 "내가 부족해서 못 뛴다고 생각하고 있다" 며 "앞으로 경기가 있고 좋은 모습 보이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힌 바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비록 설기현이 지금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조만간 훌훌 털어내고 다시 피치위에서 포효할 것이라고 많은 팬들은 믿고 있다. bbadagun@osen.co.kr 레딩 입단식을 가졌을 때의 설기현과 코펠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