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4)는 "메츠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달랑(?) 보장액 60만 달러에 메츠를 택했다. 대신 옵션이 그 4배인 240만 달러에 달한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도 독특한 형태의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박찬호는 왜 더 나은 대우를 마다하고 메츠와 어찌보면 '불리한' 계약에 동의했을까. 이에 관해 박찬호는 "이닝이 가장 중요하다. 199이닝을 달성할 경우 보너스(최고 240만 달러)를 받게 된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밝혔다. 빈말을 하지 않는 박찬호의 성향 상 200이닝 투구를 실현 가능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지금 몸 상태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마지막 해이던 2001시즌(234이닝) 이후 단 한 번도 200이닝을 돌파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실적을 낸 지난해에도 시즌 개막을 불펜에서 맞았고 막판에는 장출혈로 두 차례 쓰러지는 바람에 136⅔이닝으로 끝냈다. 그럼에도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마무리 전향설을 단호히 뿌리치고 선발을 고수했다. 박찬호의 메츠행은 차선, 차악보다는 최선(혹은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쪽을 택한 셈이다. 뉴욕에 아무리 교민팬이 많아도 메츠가 초호화 군단이라도 박찬호 대신 던져주지는 않는다. 옵션 계약에서 드러나듯 메츠는 마케팅 측면도 고려한 마쓰자카(보스턴)-마쓰이(뉴욕 양키스)와는 다르게 온전히 실력을 보고 박찬호를 영입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어찌됐든 박찬호를 써야 했던 텍사스와 달리 메츠는 '아니디'는 판단이 서면 '60만 달러 버리는 셈' 치면 그만이다.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메츠를 택한 박찬호이기에 역설적으로 그만큼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읽힌다. sgoi@osen.co.k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