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이후 승승장구해 오던 레딩 로열스의 설기현(28)이 팀은 잘 나가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팬들마저 아쉬운 소리를 보내고 있다. 설기현이 결장하는 것은 알려진 것처럼 프리미어리그서 전 경기의 70%이상 출전할 경우 전 소속팀 울버햄튼에 50만 파운드(9억 원)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옵션 때문일 수 있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에서 이적료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와 5000파운드(900만 원)의 출전 수당을 조건으로 영입된 설기현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케빈 도일과 지난 시즌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킨 주역인 데이브 킷슨이 돌아오고 현재의 팀 성적도 좋아 파고들 틈이 없어진 것이다. 설기현으로서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불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배제된 채 팀이 운용되고 있는 현실에 기분 좋을 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레딩의 팬들도 설기현에 대해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레딩 팬클럽 웹진(http://hobnob.royals.org/forum/)은 'I Love Him, I Love Him Not'라는 제목으로 레딩 선수들 중 좋아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선정하고 있는 중이다. 팬들은 좋아하지 않는 선수에 대해 다양한 이유와 함께 몇몇 선수를 꼽았다. 스티븐 헌트와 시드웰 등이 많이 지목된 가운데 설기현의 이름도 종종 등장한다. 설기현을 뽑은 사유로는 '로열스의 정신을 가지지 못했다', '크로스 능력이 부족하다' 등이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기현은 14일(한국시간) 이영표가 속한 토튼햄과의 2군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설기현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설기현이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돈과 관련된 문제도 있고 팀이 잘나가고 있는 마당에 감독으로서는 굳이 선수 구성을 변화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기현으로서는 FA컵에 전력해야 할 전망이다. 선수층이 얇은 레딩의 사정상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무리로 보여지므로 설기현을 FA컵에 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번째 기회는 오는 18일 벌어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 16강전. 감독이 2군 경기에 풀타임으로 출전시킨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상태를 점검한 것으로 여겨진다. 설기현으로서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꼭 필요한 선수가 되어야만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에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0bird@osen.co.kr
